들을 청 聽 자의 의미를 같이 생각해보십시다.

'청'자를 부수로 자세히 뜯어보면 독순술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 방식을 따라 분석해보세요.

왼쪽에는 귀 이 耳 자 밑에 임금 왕 王 자가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열 십 十 자 밑에 눈 목 目 자를 옆으로 눕혀 놓은 글씨가 있었고, 그 아래 한 일 一 자와 마음 심 心 자가 차례로 놓여 있었다.

글자를 분해해보니까 참 재미있는데요?

그렇지요? 이건 제가 나름대로 의미를 붙여 본 것이지만,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글자라고 생각합니다. 듣는다는 것, 그것은 왕 같은 귀를 갖는다는 뜻이 아닐까요? 여기서 왕 같은 귀라는 것은 매우 커다란 귀, 즉 들을 때 우리가 집중해서 들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열 개의 눈이라는 것은 무슨 뜻이죠?

바로 그 점이 독순술의 핵심이자, 듣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과 청각장애인들은 왕의 귀를 가질 수가 없지요. 마음으로야 간절히 귀를 기울이고 싶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니, 그 부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듣는다는 것은 열 개의 눈을 갖는 행위입니다.

바로, 상대를 집중해서 바라보는 거죠. 독순술에서는 입술을 읽기 위해서 상대의 입에 집중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상대의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표정이나 눈빛, 태도 등의 보디랭귀지를 열 개의 눈으로 파악하면서 들으라는 뜻이겠지요.

고맙습니다. 박사님. 그런데 마지막에 나오는 일심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이 바로 독순술의 중요한 효과입니다.

열 개의 눈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시력을 말하는 것일까요? 혹시, 마음의 눈을 말하는 건 아닐까요?

우리가 독순술을 배우는 것은 단지 청력에 문제가 있어서 만은 아닙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와 한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들을 청의 마지막 조합은 바로 일심, 즉 한마음이지요. 들을 때는 상대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말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상대의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진정한 듣기는 말하는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독순술의 핵심입니다.

 

이 글을 읽고 이해한다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부분 이해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듣는 것, 듣는 행위, 나아가 경청이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를, 우리 삶을, 우리와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경청'이다.

 

한자는 참 오묘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문자이다. 익히기 어렵고, 실용적이지 않은 면이 많지만, 그 깊이에서만큼은 다른 어떤 문자도 따라갈 수 없는 방대한 깊이가 있다. 들을 청 자의 부수를 나누면서 그 의미를 아는 것이 우리가 사는데 별 도움이 안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한번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하고 나면 듣는다는 행동 자체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과 책이 '듣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본인이 느끼고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면 소귀에 경읽기에 다름 아니다.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

- 아라비아 속담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