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어언 이십여년이 지나간 것 같은데 과연 나는 얼마나 그 날의 의미를, 부모님의 의미를 가슴 깊게 생각해보았는지 손으로 꼽을 정도인 것 같다.

 

무척 짧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자그마한 편지들의 모음집이다. 꼭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의 편지들에서도 어딘지 애절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특히나 어렵게 살던 시절에는 정말 자식들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시던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여러 경로로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 그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자식들의 편지에서는 때로는 사랑이, 때로는 회한이, 때로는 애절함이, 때로는 애틋함이 묻어나온다. 그들만의 어머니였고, 그들만의 삶이였고, 그들만의 공유된 관계였기에 각자의 사연이 모두 다르고, 각자의 심정이 모두 다르지만 공통된 한가지는 바로 어머니다. 자식을 위해서 모든 걸 다해주시던 어머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기 한몸쯤은 아무렇지도 않고, 때로는 원망을 들어가면서까지도 자식만을 위해주시던 바로 어머니다.

 

어린시절 추운 겨울날 신발을 연탄불가에 올려놓았다가 살짝 신발을 태워서 어머니에게 화를 내는 자식의 모습을 조금 나이가 드신 분들이라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정말 좋은 의도로 하였더라도 자식들은 쉽게 어머니에게 화를 낸다. 그런 어머니들에게 자식들은 무엇을 해드리고 있을까 스스로 돌이켜본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사실들이 너무 많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계실 때 잘하라는 말은 정말 셀수 없이 많이 들었지만, 들은 것 다르고, 아는게 다르고, 실천하는 게 또 다르다. 앞에 두 단계에 있다면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안 들은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 어머니가 탈장 수술 받으셨을 때 동네 근처 종합병원에 몇일간 입원하신 적이 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병원에 가기가 싫었는지, 겨우 문병한번 잠깐 가서 삼십분도 못 채우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수술전후에 없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퇴원하신 후에도 아프신데는 없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그때는 왜 그렇게 같이 있는게 힘들었는지.. 돌이켜 생각하면 벌써 십여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후회되는 일이다. 그래도 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부모님 두분 모두 건강하게 살아계시니 말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읽은 책이지만, 한번쯤 읽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어머니가 있다. 현실에서든, 마음속에서든, 아니면 기억속에서든.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일수도 있고, 지금이 아니면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늦기전에 지금 가서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해야겠다. 과연 할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김정현의 '아버지'를 읽어보시지 못한 분이 계시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기억나던 두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