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와 순이.

 

예전에는 참 흔했을 것 같은 이름의 두 주인공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이다.

 

호랑이 마을의 촌장 손녀인 순이와, 소문난 호랑이 사냥꾼인 황포수의 아들 용이, 그리고 호랑이 마을에 거주하는 훌쩍이와 다른 아이들, 그리고 조선에 건너온 일본군인 가즈오.

 

순이와 용이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부터 의도치 않은 일로 용이가 마을을 떠나게 되고, 다시 장성해서 위안부모집에 일조하게된 가즈오의 고민, 그리고 얽히는 인물들....

 

책을 다 읽고 저자의 말을 보면 필리핀의 한 오지 섬에서 발견된 '훈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왠지 이 소설을 썼다는 뉘앙스를 보여주는 글이 있다. 확신할 순 없지만, 아마도 그 이야기를 모티브로 이전에 썼던 글을 오랜 시간 고친 끝에 펴낸 책인 듯 싶다.

 

작가의 개인적인 인품이라던지, 성향 이런 걸 고려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따뜻한 이야기이다.

 

어린시절 어머니와 동생을 물어간 백호를 잡으러 온 조선을 헤매는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 흘러흘러 백두산 호랑이 마을에까지 이르러 순이를 만나게 되고...

 

장성해서 순이로부터 용서에 대한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듣는다. 용서를 구하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를 하냐며 반문하지만, 결국 이 소설은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바램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끼친 피해도 결국엔 용서하고 용서해야 된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것 같다.

 

기독교적인 작가관이 이곳저곳에서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작가의 견해에 동의하는 편이다. 증오는 증오를 낳을 뿐이고, 복수는 결국 복수를 불러올 뿐이라는게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인것 같기도 하고...

 

용서만이 모든걸 포용하고 순리로 돌릴 수 있을거라는 메시지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인것 같다.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걸 생각하면 다음을 기대할 수 있게 하지만, 전문작가가 아니어서인지 어딘가 어색한 문체는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걸리곤 했다. 그럼에도 그 내용으로 모든걸 상쇄할 수 있을만한 따뜻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