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두꺼운 만화책입니다.

 

하지만 만화책이라고 해서 그 내용이 가볍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무거운 주제를 딱딱한 글 대신 만화로 표현한 점이 이 책에 끌렸던 이유입니다.

 

지금도 공공연히 자행되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이지만 그 봉쇄 안에서 국제기구의 원조에 기대어 살아가는 세계최대인구밀집 지역인 가자지구 사람들에게는 악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년전 가자지구로 들어가려는 NGO의 원조선박을 강제점거했던 이스라엘군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때도 참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나쁘게 수정되었습니다.

 

오랜시간을 나라와 영토 없이 떠돌았던 유대인들의 비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그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이 쫓겨나는 것도 슬픈 일입니다.

 

세계대전이후 정확히는 모르지만, 국제관계 속에 설립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로 인해 당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가자 지구 쪽으로 축출당하고, 수많은 학살을 당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중 두가지 주요한 학살에 대해서 역사를 되짚어갑니다. 당시 학살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이미 오래전 이야기라 인터뷰도 힘들었지만 오래된 기억이 조금씩 수정되어 서로의 이야기가 맞지 않는 부분들도 보여집니다. 그래도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학살이 결코 정의롭지도 않았을 뿐더러 매우 야만적인 형태였다는 것은 변하지 않을 역사적 사실로 보입니다.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나라를 거의 빼앗긴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로 국제사회와 고립된 채 살아가는 그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은 해보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기 일제에 강점되었던 우리 조상들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