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는 살인?

 

아니면?

 

그냥 뜬금없이 안락사는 살인인지 아닌지 묻는다면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안락사가 허용되는 곳도 있고, 허용되지 않은 것이라도 자비적인 성격의 안락사가 가끔 신문토픽으로 등장하는 걸 보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쟁점이 될 만한 여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책 참 재미없습니다.

 

내용이 딱 와닿는 것 같지도 않고, 아주 참신한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것도 아니고, 읽기 편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친절하지도 않고, 편안하지도 않은 책입니다.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만 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수많은 배아상태의 생명, 태아상태의 생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말하고, 현대 유전학이 지켜야할 비밀유지의 의무에 대해서도 말하는 등 의료전반적인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책의 분량에 비한다면 좀 무리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주제들을 그리 깊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안락사 한문제만 집중하여도 모자랄 것 같은데, 이 얘기 저 얘기 하니까 집중도 안되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고, 너무 이것저것 다루려 한 것 같다는 느낌만 듭니다.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 편입니다. 타인의 생명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한다는 건 너무나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아무리 면밀하게 살펴보고 주의깊게 생각한다 하여도 악용의 소지가 있을 것 같고, 특히나 자기 판단 의사가 없는 의식불명의 환자에게 있어서 그 환자의 생명을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적극적인 의지로 안락사를 원하는 경우(말기암으로 너무나 큰 고통 속에 있다거나, 치료불가능한 상황의 환자 등)에도 제가 그 상황에 있어보지 않았으니 무어라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제 입장은 반대입니다. 생명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제 가치관과는 병립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