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달러가 국제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었다. 최근의 상황도 고품질 금융자산의 공급자로서 미국의 명성을 개선시키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미국 금융시장의 기능 장애로 투자자들이 미 채권을 꺼리게 되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재정적자에 취약한 미국 정부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빚을 질 것이다. 그래서 인플레를 통해 채무부담을 덜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채권의 대다수를 외국인들이 보유한 지금, 그 유혹은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해외투자자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달러보유고를 줄여서 보호책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다른 통화로의 대규모 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낸다.

미국의 상황이 달러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켰다면 해외의 상황은 그 우려를 심화시켰다. 전후 서유럽과 독일의 경제재건 그리고 최근 중국,인도,브라질의 약진으로 미국의 경제적 지배력은 계속 줄어들었다. 더 이상 세계 총생산의 대다수를 차지하지 않는 나라의 통화인 달러를 국제교역의 청구와 결제에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지 않다.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하려해보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이 책에는 결론이 없습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달러가 몰락할 수도 아니면 유지될 수도 있고, 유로나 위안이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 책을 읽는 의의는 앞으로 전개 가능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과, 과거 파운드의 몰락에 이은 달러의 약진에 대한 역사를 앎으로써 미래에 달러가 몰락하게 되는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현직 프리미엄
이처럼 달러의 몰락에 대한 예측과 현실 사이에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몰락할 것이라는 말이 많아도 여전히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며,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그렇다.
게다가 달러는 현직 프리미엄을 누린다. 어떤 통화로 가격을 매길지 고민하는 수출기업들을 생각해보라.수출기업들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경쟁상품에 대비하여 가격 변동을 되도록 줄이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이 달러로 거래를 하면 따라 하는 것이 이득이다.
다른 국제거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달러는 대다수 국제거래에 사용되면서 외환시장에서도 핵심적인 통화로 자리잡았다. 다른 나라의 수출기업들은 공급업체, 직원, 주주들에게 돈을 주려면 먼저 이익금을 자국통화로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달러는 통화선물시장도 주도하게 되었다. 수출기업들은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예상 밖의 환율변동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금융서비스 수출기업들도 상품 수출기업들처럼 고객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경쟁자와 같은 통화로 가격을 매긴다. 따라서 과거에 국제 채권이 달러로 표시되었다는 사실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지속되는 경향을 만든다.

 

그렇게 읽기 편한 책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