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볼 때
우리가 본 것은 자기 마음의 초상화이다.
눈이 타인을 관찰할 때도 마음은 내 마음 언저리에 머문다.
그래도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마음이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을 발견하면
내 마음을 통해서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의 온도

 

그녀가 말했다.
"쿨하다는 건 모든 것으로부터 일부러 거리를 두는 거지.
새한테 먹힐까봐, 커다란 소라껍질을 쓰고 있는 게처럼."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친구는 냉장고 문을 닫고 그녀를 쳐다봤다.
"난 쿨하지 않아. 그리고, 냉장고 좀 채워 놓지 그랬어?
먹을 게 하나도 없네. 배고파. 중국음식 시킬까?"
잠시 후, 그녀와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푸짐한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중국집에서 막 배달된 탕수육과 그녀들이 좋아하는 DVD세트.
뒤통수가 온전한 짱구형인 구식 TV화면에서 <아메리칸 사이코>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와 친구는 배우 크리스찬 베일의 팬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하나씩 다시 보고 있는 중인 거다.
"저 사람, 영화에 나올 때마다 얼굴이 달라져. 진짜 배우란 저런 거야."
그녀가 말할 때, 친구는 탕수육 두 조각을 한꺼번에 집어 먹고 있었다.
"아무래도 탕수육엔, 크리스찬 베일이 제일 잘 어울려.
탕수육은 느끼한데 저 사람은 싸늘하잖아."
그녀는 한참 탕수육에 탐닉하고 있던 친구에게 말했다.
"남자친구한테 전화해. 둘이 말 안 한 지 며칠 됐지?
싸운 후에 3일은 넘기지 말라고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셨어."
영화가 끝나고, 탕수육 한 접시도 사라졌다.
친구는 배가 부르다며 밤 11시에 먼지 앉은 러닝머신 위에 올라갔다.
그녀는 만일 아래층에 크리스찬 베일이 살면
우리들의 목숨은 오늘 밤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곤 친구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그녀에게 건넸다.
"지금쯤 남자친구가 네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녀의 친구는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지금은 전화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앤 지금 시험공부 중이라 전화기를 꺼놨을지도 모른다고.
아니 전화해도 할 말이 없다고.
10분쯤 고민하던 친구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겨우 말했다.
"나, 탕수육 좀 사줄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사진과 더불어 있는 책입니다. 이제는 감성이 많이 무디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