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소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면이 있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시이엔은 자신의 생일과 어머니의 기일이 같은, 과거에는 쉽게 저주받은 아이로 여겨질 법한, 태어나면서 어머니의 생명을 댓가로 치룬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입니다. 아버지마저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외면하기 시작하고,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여러가지 일들을 미리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서마저 따돌림을 받게 됩니다.

 

밤마다 아버지의 주정에 이은 구타와, 동네 사람들의 외면으로 힘들게 살아가지만 정령들과 친하여져 구김살 없이 의젓하게 자라나지만,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노예상에게 팔기로 결정합니다.

 

여기까지의 전개는 내가 당사자가 안된다면 결코 속단할 수 없지만 서글픈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부분까지는 장르소설치고 내면을 잘 묘사한 것도 같아서 책을 기분좋게 보았는데 이후의 전개는 자못 실망스럽습니다.

 

노예상에서 하르겐이라는 당대의 공작가의 아들에게 외척이기도 한 죽은 3황자의 대역으로 남자도 아닌 여자아이를 외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물론 몇개월 이상 찾아도 못찾다가 겨우 찾은 아이가 여자아이지만 어쩔수 없다는 이유는 나오지만) 데려가 황궁에 3황자로 보낸다는게 일단 거슬렸습니다.

 

이후 전개는 무난한 편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시이엔은 3황자 시엔의 역할을 하면서 황자에 어울리지 않게 평민들의 애환을 여러가지 능력으로 해결해주는 면을 보여줍니다.

 

이후는 그냥 에피소드의 나열이고, 사실은 왕은 미리 그 정체를 알고 있었고 나중에 비공식적으로 자신의 딸로 삼는다는 것도 조금 납득하기 힘들고, 그냥 구색을 맞추다가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도 조금 어색합니다.

 

따듯한 분위기의 소설이지만 내용은 그냥 그랬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