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은 누구에게 사랑받고, 누구를 사랑했을까요? 사람들은 어떤 일로 이 사람에게 감사를 표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구절입니다. 애도하는 사람 사카쓰키 시즈토가 애도를 표하기 전 사람들에게 묻는 이 말을 보면서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몇몇 지인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몇년이 지나니 이미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버리는 존재라는 게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단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뿐이고, 아직 살아있더라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대부분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조금 기분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조금은 속된 말로 벙찐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약간의 정신병도 있는 것 같고, 강박관념인 것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정상이라는 느낌을 받기에는 거리가 먼 소설입니다. 애도하는 사람과의 접점을 가진 세명 - 닳고 닳은 기자 마키노 고타로, 애도하는 사람의 어머니이자 말기암으로 죽을 날을 앞둔 사카쓰키 준코, 남편을 살해하고 복역후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나기 유키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기자나 나기 유키오의 이야기는 크게 와닿는 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카쓰키 준코의 모습은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에 가치가 있다면 단연 사카쓰키 준코의 이야기 때문이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아들을 부르지 못하는 모습은 조금 의아하지만, 말기암을 앞두고 보여주는 모습은 혹여나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도 되었고,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여서인지 몰라도 아름답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뒤에 숨겨진 고통과 좌절은 상상 가능하지만, 막상 겪어보지 않고서는 상상일 뿐이라는 걸 잘 알기에, 드러나는 모습만을 보면서 뭉클한 감정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 생명을 잉태한 딸의 모습에서, 전혀 정반대의 상황이면서도 비슷한 문제로 고생하는 모녀의 모습에서 가슴저리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나오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