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뭔가를 찾으러 왔다가 결국에는 다른 걸 찾는 것 같군."

"당신은 뭐를 찾고 있었는데요?"

"지식, 학문,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것들이지. 하지만 난 싱송 걸즈를 찾았고, 내가 지금 얼마나 곤경에 처해 있는지 보라고."

"세상에. 좀 낭만적이면 어디가 덧나나요? 예의상 나도 찾았다는 말을 해야지요."

"너는 어떡해서든지 만났을 거야. 우리의 만남은 이미 운명지어져 있었어...."

"또 윤회 뭐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맞아, 바로 그거야. 우리는 업을 풀 때까지 매번 윤회해서 다시 만나게 되어 있어."

"끔찍하게 들려요. 어쨌든 나는 칠레에는 돌아가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계속 이러고 숨어 살지도 않을 거에요, 타오. 이제는 내가 되고 싶어요."

"너는 늘 너였어."

"내 삶은 이곳에 있어요. 즉, 내가 당신을 돕기를 원한다면..."

"호아킨 안디에타는?"

"어쩌면 이마에 있는 별은 죽음을 의미할지도 몰라요. 생각해 봐요! 나는 헛되이 이 힘든 여행을 한 거예요."

"헛된 건 아무것도 없어. 인생에는 도착점이 없어, 엘리사. 그냥 걷기만 하는 거야."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은 나쁘지 않았어요. 나랑 같이 가요. 미스 로즈한테 보낼 사진을 찍으러 갈 거에요."

"나한테도 한 장 줄 수 있어?"

 

엘리사 소머스의 파란만장한 인생 재밌게 보았습니다. 책뒤표지에 나오는 '폭력과 탐욕이 지배하는 세계와 맞서는 새로운 운명. 진정한 자아, 진정한 자유를 개척해 나가는 한 여인의 대서사시'라는 멍멍이소리는 전혀 공감하지 않지만, 이 소설을 통해 백여년도 전의 한 여성이 되어 당시의 삶을 일부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로즈 소머스나 제레미 소머스, 존 소머스 모두 맘에 들지 않는 캐릭터였고, 호아킨 안디에타는 결국 나중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조금 황당하긴 하였습니다. 약속을 지킨 펠리시아노 로드리게스 데 산타크루스가 제일 멋진 캐릭터같아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제이컵 토드는 결국 구제할 길 없는 사기꾼일 뿐이었다는 것, 마마 프레시아는 한결같은 엘리사 소머스의 아군이었고, 맨처음 잠깐 나오고 한참이나 안나오다가 등장한 타오 치엔은 엘리사의 가장 소중한 동반자가 됩니다.

 

타오하니까 예전에 읽은 '타오(道)'가 생각납니다. 페루에서 태어난 작가 이사벨 아옌데가 나름 동양의 철학을 이해하고 동양의학을 소설 속에 그린 점이 자못 흥미롭습니다. 동양 사람들에겐 당연하지만 우리가 남미나 중남미의 문화,관습을 제대로 모르듯이 그들도 잘 알지 못할텐데,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는지 참 신기합니다.

 

아주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왠지 고전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고, 꼭 무언가를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뭔가 여운은 남는 것 같은 소설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