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일부분입니다. 이걸 지은이는 기회비용이라고 해석을 합니다. '숲속 두 갈래 길'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기회이고, 프로스트는 그 중에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고, 그 결가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이 기회비용을 의미하며, 사람들이 많이 간 길로 갔다면 지금 그 순간의 현실이 기회비용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 시를 이렇게 받아들이는 저자의 직업정신에 일단 박수를 보냅니다. 시도 그렇게 해석할 정도면 대단히 그쪽에 몰두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아서입니다.

 

이 전에 읽었던 책 <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과 너무 내용이 비슷하여서 만약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그렇게 박하진 않았겠으나 우연히 두번째 읽은 책이 되어 평가는 일단 별 세개입니다. 비슷한 카테고리의 비슷한 책을 읽는 건 정말로 심도있게 공부하고 싶을 때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어설프게 읽는 경우에는 똑같은 내용의 반복이 너무나 많아서 앞으로는 지양해야될 것 같습니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건 여성복의 '가짜 사이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제학의 논리에서 어떻게 그런 스토리가 진행되었는지 알게 된 건 참 흥미로웠습니다.

 

고객심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심리마케팅 사례로 여성복의 '가짜 사이즈' 관행을 꼽을 수 있다. 요즘 여성들은 대개 '바비 인형'처럼 마른 체형을 원한다. 그 때문에 비쩍 마른 몸매여야 소화할 수 있는 '44사이즈'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44사이즈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44, 55, 66식으로 여성복의 사이즈를 표기하던 방식은 1981년 제정되었다고 1990년 사라졌다. 지금은 가슴둘레-엉덩이둘레-키를 cm로 표시하고 있다.

 

44사이즈는 도대체 어떤 사이즈일까? 1981년 당시 한국기술표준원은 한국 성인 여성의 평균 키 155cm와 평균 가슴둘레 85cm를 기준으로 끝자리 숫자를 따 여성복 표준사이즈 55를 정했다. 이를 토대로 키는 5cm, 가슴둘레는 3cm 크고 작은 수준에 따라 44, 66을 정한 것이다.

 

1981년 당시 44사이즈는 키 150cm에 가슴둘레 82cm이므로 지금 기준으로 보면 작고 통통한 체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여성들의 평균 키는 20대의 경우 160cm에 달하며 가슴둘레는 83cm 수준이다. 따라서 1981년 여성복 사이즈 기준으로 보면 64또는 65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의류업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여전히 44사이즈의 옷을 내놓는다. 이는 1990년부터 바뀐 새로운 사이즈 표시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업체들이 임의로 사이즈를 표기하는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같은 44사이즈라 해도 실제 크기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결국 44사이즈는 여성들의 심리를 파고든 상술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여성복의 사이즈가 왜 실제 치수와 다른지에 대해 코넬대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이코노믹 씽킹'에서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남성들은 1960년대나 지금이나 허리 34인치면 똑같은 치수의 바지를 고르면 된다. 하지만 여성복은 같은 사이즈여도 1960년대보다 지금 옷이 훨씬 크다. 이는 대다수 여성들이 실제보다 작은 사이즈가 붙은 옷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여성들은 1960년대에 비해 몸무게가 평균 11kg이 더 나간다고 한다.

 

참 재미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