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개를 숙인 채 연행되는 연예인의 모습이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법 마약으로 자리잡은 대마초가 과거에는 식품이자 약초였고 종이와 섬유의 재료로 널리 쓰이던 작물이었단 사실을 아십니까?

 

그랬던 대마초가 왜 지금은 불법이 되었는지 그 역사를 들여다보니 여기에도 경제의 논리가 작용하여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마초 불법화의 역사는 100년도 되지 않았다. 1937년 미국에서 대마 금지법이 공포된 것이 세계 최초다. 문제는 대마초 불법화의 근거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60년이 넘도록 대마초 합법화 또는 비범죄화 운동이 지속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마초는 별 문제 없이 재배되어 활용되었으므로 대대적인 탄압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이 탄압의 중심에 있던 미국 연방마약관리국의 헨리 안스링거라는 인물이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를 마약관리국에 천거한 멜론은행의 행장 앤드류 멜론은 나중에 그의 처삼촌이 되는데, 멜론은행의 최대 고객이 화학회사 듀폰이었다. 당시 나일론과 레이온 등 새로운 화학섬유를 개발한 듀폰에게 기술 발달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유일한 천연섬유 대마는 엄청난 걸림돌이었다. 안스링거가 왜 대마초 불법화에 앞장섰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목재 펄프 사업을 시작한 당시 신문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도 대마초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대마가 뛰어난 종이재료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언론 매체를 적극 활용해 대마초의 위험을 과대 포장했고, 대마초가 저급하고 위험한 환각물질임을 알리는 데 온힘을 다했다. 그 결과 대마 산업은 몰락했고 듀폰고 허스트는 큰돈을 벌었다.

 

우리나라에선 1957년 마약법이 제정되었는데 이때만 해도 대마초는 마약에 들어가지 않았다. 일반 농가에서는 삼베 재료로 대마를 자유롭게 재배했고 대마초를 구하고 피우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1961년 국제연합에서 미국 주도로 '마약에 관한 단일협약'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대마초가 마약으로 규정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근거로 단속했다.

 

왜 대마초가 마약인지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다. 단순히 대마초가 담배보다 건강에 나쁘다는 것이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담배가 더욱 해롭다고 말한다. 중독성 면에서나 인체 유해성 면에서나 대마초가 담배보다 차라리 낫다는 이야기다. 금단 증상이 담배에는 있지만 대마초에는 없어서 언제든 원하면 쉽게 끊을 수 있을뿐 아니라 다른 마약이나 술과 달리 대마초 흡연이 비이성적 행동을 유발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또 헤로인이나 필로폰 같은 마약과 달리 대마초는 환각성이 전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대마초 흡연이 죄가 아니다. 암스테르담 시내 곳곳에 늘어선 '커피숍'에서는 메뉴판까지 갖추고 대마초를 종류별로 판매한다.

 

대마초 불법화의 주역인 헨리 안스링거는 1951년 관문이론을 주장하면서 '헤로인에 중독된 젊은이 50% 이상이 대마초를 했기 때문에 대마초를 금지해야 한다'는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이는 마치 '남자들이 대부분 바지를 입으므로 바지를 입은 사람은 모두 남자다'라는 명제와 다름없는 황당한 주장이다. 그런데도 이 논리가 아직까지 대마초 불법화의 거의 유일한 '과학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 것은 물론이고 대마초 역시 몸에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 정치,경제적 이유에서 합법과 불법이 결정된다는 것도 비슷하다. 사실 이런 이유에서 발생한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세금이다. 합법인 담배에는 세금이 부과되지만 대마초에는 세금 대신 형벌이 적용된다.

 

담배도 대마초처럼 불법화하자는 주장이 금연운동가들 사이에 공론화된지 오래이지만 정부가 이들의 손을 쉽게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담배에 조세 수입이 걸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자본주의적인 대마초 불법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담배라는 숨통이라도 틔워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이유로 금연정책을 펼치지만 담배가 대마초보다 건강에 더 나쁘다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혹시 모를 일이다.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담배를 불법화하는 대신 고율의 세금을 붙인 대마초가 팔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담배의 높은 세율이나 대마초의 법적 금지나 결국은 자본가의 요구와 정부의 필요 사이에서 존재할 뿐 국민 건강과는 그다지 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 page 130-135

 

참 신기한 논리입니다. 불법화의 배경에 저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자본의 속성상 충분히 수긍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물건을 팔기 위해 다른 대체제를 불법으로 몰아가는 이야기에 저런 황당한 근거가 곁들여져 대마초를 불법으로 만들었다는 건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세금을 올려 담배값 인상을 통해 금연을 유도한다는 정책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담배소비가 줄어들면 세수가 감소할 수 있는데다 물가 또한 올라갈 수 있다고 보아 반대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참 큰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많은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책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시장의 유혹과 거짓말로부터 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이라는 제목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