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말하는 아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돈에 대한 인문학은 과연 무엇일지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하였습니다.

돈을 가리키는 한자 '전 錢 ' 자를 살펴보면 '쇠 금 金' 변에 창을 뜻하는 '과 戈' 자 두 개가 붙어 있다. 쇠로 만들어진 창과 창이 맹렬하게 대결하는 형상이다. 돌아보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분쟁들은 대부분 돈에 관련되어 있다. 돈을 둘러싼 다툼은 점점 격렬해진다. 국가들 사이의 환율 전쟁, 예산을 둘러싼 여야 대립, 권력에서 파생되는 무수한 비리와 유착, 기업들의 피 말리는 인수 합병, 재개발 과정에서 생겨나는 주민들의 적대 관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종교집단의 내분,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 가족들 사이의 재산 상속 싸움....

언제부턴가 재테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취급을 당할 정도로 전국민적인 재테크 열풍이 생겨났습니다. 뚜렷한 목표(예를 들자면 노후대책)가 있는 것 같지만 그냥 무조건적인 재테크, 많을수록 좋은 것 그 이상은 아닌 것 같은 재테크를 위한 각종 방법들이 책으로 쏟아져나오고, 비법을 공개한다는 고수들이 지상파 방송에서 강의를 하는 세상입니다.

성공에는 여러 측면들이 있다. 예컨대 물질적인 부는 성공의 한 요소에 불과하며, 성공은 최종 종착지가 아니라 하나의 여정일 뿐이다. 물질적 풍요는 이 여정을 보다 즐겁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건강과 활력, 삶에 대한 열정, 만족스러운 인간관계, 창조적인 자유, 정서적 심리적 안정, 넉넉하고 평화로운 마음... 이 모두가 성공에 포함된다.

디팩 초프라라는 사람이 한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현대의 사람들이 이 모든 걸 추구하는지, 아니 범위를 좁혀서 우리나라를 생각해볼 때 그러한지는 심히 의문스럽습니다. 물질적 풍요가 절대적인 선이 되어버린지 너무 오래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조심스러웠던 돈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제는 초미의 관심사이자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흥부전>에서 흥부는 좋은 사람, 놀부는 나쁜 사람이 제가 어렸을 때는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인식이 역전되었습니다. 놀부가 비난을 받기는커녕, 합리적인 경영 마인드와 벤처 정신의 소유자로 여겨진다고 하니, 시대의 변화는 참 무섭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 The Selfish Gene>에 빗대어 이기적인 돈(Selfish Money)은 우리의 인생에 대한 연민이 전혀 없다는 저자의 말은 참 인상깊었습니다. 어떤 목적에 필요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 자체를 부풀리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려서, 유전자가 자신이 구성하고 있는 생명체의 고통에 전혀 관심이 없듯이, 돈은 돈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인생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잘못된 방향으로 이 사회가 나아간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돌려 놓으려는 시도들이 여기저기서 이루어지지만, 점점 이 사회는 미쳐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 또한 그 광기의 대열에 파묻혀 허우적거린지 오래입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뭐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은, 곧 낙오와 다름없기에, 이러지도 못하겠고, 저러지도 못하는 참 곤란한 지경입니다. 어차피 못나올 거라면 앞서가야되는데, 그러려면 인생이 피곤해지고, 아무리 앞서가도 제 앞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만족이란게 가능한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돈이 뭐길래 그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