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긴자의 호스티스로 일하는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겉보기에는 잘 모르겠는데 이 여성은 태어난 후 세상의 소리를 들어본 기간이 너무 짧아서 그 기억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듣지 못하고, 제대로 말할 수도 없습니다. 소리는 낼 수 있지만 그 소리가 제대로 나는 소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펜과 메모지를 가지고 대화를 하면서 일을 합니다.

예전에 이 책의 소개를 처음 보았을 때, 청력의 상실과 호스티스란 직업이 과연 가능한 조합인지 고개를 갸웃했던 기억이 납니다. 태어난지 불과 일이년후에 청력을 상실해서 들을 수 없는 여성이 어떻게 호스티스로 일하면서 성공할 수 있을지 그 이야기가 참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마음에 와닿는 면이 없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닉 부이치치의 허그>에서 느꼈던 정말 참담하달 수 있는 상황에서의 눈물겹지만 당당한 모습에 받았던 감동도 없었고, 다른 인생의 고난을 극복하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느꼈던 짜릿함이랄까 그런 느낌도 없었습니다.

저자의 의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이렇게까지 느낌이 없다니 읽고 난 후 제가 스스로 놀라웠을 뿐입니다.

딱 하나 느낀 점이 있습니다. 아니 느낀 점이라기보다는 얼마전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개인적인 적용을 해본 생각입니다.

만약 지금 내가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음악을 전혀 들을 수 없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운전은 할 수 있는건지...

잃어버리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알 수 없는 이 세상의 정말 수많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다지도 어리석어서 잃어버리기 전에는 알 수 없고,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책을 통한 독서를 통해서만이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도 다시 한번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맙기도 하고, 그런 느낌입니다.




긴자, 호스티스, 청력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