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주제가 있습니다.
아니 그냥 밀가루 반죽이 있다고 하는 게 더 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
밀가루 반죽으로 무엇을 만드느냐는 만드는 사람 마음입니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짜장면이나 짬뽕의 면발, 혹은 만두피, 혹은 피자반죽, 혹은 빵, 국수 이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런 걸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난데없이 밀가루 반죽이 생각나는 건 정말 수많은 판타지 소설들을 읽어보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제한된 소재(이계차원이동, 전통무림의 심법, 그리고 판타지 세계의 수많은 정형화된 세계관과 각종 마법들 등등)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작가분들이 존경스러울 때가 있어서입니다.

다 비슷비슷해보이는데,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 다릅니다. 이건 무슨 오마쥬도 아니고, 그렇다고 표절은 더더욱 아닙니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시는 작가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자잘하지만 소소한 재미에서부터 커다란 구도라던가, 대략적인 이야기틀을 보면 다들 조금씩 다릅니다.

근데...

왜 다 읽고나면 그놈이 그놈같고, 저놈이 저놈같은지... 분명 이야기는 다 다르고, 문체도 다르고, 주인공도 다르고, 성장과정도 다르고, 악당들도 다르고, 결말도 조금씩은 다른게 확실한데...

왜 나중에는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이 이야기가 저 제목의 소설같고, 저 이야기가 이 제목의 소설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읽은 <생각버리기 연습>을 읽어서일까요?

이 책의 주인공은 킴벨이라는 마지막 살아남은 엘프입니다. 엘프인줄 모르다가 최상희라는 이계차원된 사람을 만나 심법을 배우고, 대마도사가 되는데, 두명의 드래곤하트의 유산을 양쪽 가슴에 이어받고, 소수마공과 조화열락신공인지 머시긴지를 배우고 여하간 대마도사가 됩니다. 형으로 모시는 최상희는 그랜드소드마스터가 되고, 둘이서 가장 약소국에서 시작해서 한나라 정도는 우습게 찜쪄먹고, 흑마법사와 싸우고... 스토리는 그냥 그렇습니다.

최상희라는 인물은 무식하고, 우직하고, 정많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무언가 몰입도가 떨어지는 캐릭터여서 아쉽습니다. 조금 더 세밀하게 묘사되면 지금보다는 생동감있는 캐릭터가 될뻔했는데...

그냥 그런 판타지소설인 것 같습니다. 조만간 대작하나 읽지 못하면 장르문학에 대한 열정이 없어져버릴 것만 같습니다. 누구 대작장르소설 아시는분 쪽지라도...



판타지소설, 이계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