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받아들이는 자의 몫이다.

 

이외수 씨의 글들을 읽다보면 진솔하다고 느끼면서도 가끔은 너무 비속어를 남발하셔서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 이중적인 잣대가 자꾸 생겨난다. 난 얼마나 고상하길래 그의 글들에서 그런 걸 느끼는지 잘 모르겠다.

 

똑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그런 말투나 어투에서 의외로 의미전달이 잘 될 수도 있지만, 자칫 그로 인해 본질을 호도하는 경우는 없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저런 주제들로 쓰여진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들만 써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미국의 국호를 다시 정하는 부분이었다. 200% 동감하는 부분이다.

 

 

고백컨대, 내 인생의 가장 큰 밑천은 열등과 빈곤이었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 이따금 실리적인 사람들은 사랑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그 한 마디로 대신하지만 사랑이 밥을 먹여주다니, 극도로 식욕이나 감퇴시키지 않는다면 감지덕지할 노릇이다.

 

콜린 윌슨이라는 선각자는 수십 년 간 전 세계의 범죄자들을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전 세계 범죄자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전 세계 범죄자들이 한결같이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모조리 '나뿐인 놈'들인 것이다.

 

오늘날 세계 제일의 선진국임을 자랑하는 미국을 보자. 그들은 이라크 인구의 과반수가 어린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충격과 공포라는 암호명으로 이라크에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관용은 없었다. 미국이 진실로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나라였다면 세계 어떤 나라의 어린이에게도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부르짖는 인권의 개같음, 그들이 부르짖는 자유의 개같음, 그들이 부르짖는 평화의 개같음, 그 모든 개같음에 어울리는 국호는 모자랄 미자를 쓰는 미국(未國)이라야 한다. 세계 제일의 선진국임을 자랑하는 미국이 개같음 투성이라면 후진국들은 도대체 어떻겠는가.

 

이십여 년 전에 어떤 지방신문에 중편소설을 연재한 적이 있었다. 본문 중에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 발간되기 전에 검토해 보니 교정부에서 '드보르' 작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바르게 고쳐놓았다. 나는 다시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바르게 고쳐놓았다. 그런데, 막상 발간된 신문을 보니 교정부에서 다시 고쳐서 '드보르' 작 신세계 교향곡으로 인쇄되어 있었다. 조낸 무서븐 똥고집들아, 도대체 드보르가 언 나라 넘이냐.

 

열등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현시욕의 소산이다. 알고 보면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 중에서 가장 초연하지 못한 생명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으로 착가하면서 살고 있다.

자존심 때문이다.

자존심의 질량과 열등감의 부피는 정비례한다. 자존심이 강할수록 열등감도 강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