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김 구천구백이

글 : 송 언

그림 : 최 정인

읽은 날짜 : 2009년 2월 24일 화요일

 

리아 아빠가 솔샘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책이라며 가져온 책 김구천구백이라는 책을 리아랑 함께 읽었다. 아침밥을 천천히 먹고 있는 리아에게 밥을 빨리 먹으라고 잔소리를 할 것 같아 소리내어 읽어 주기 시작했다. 밥상 위에서 아이들 톤의 대사로 읽다 보니 몇 번 밥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함께 웃었다. 역시 아이의 웃음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웃음이 튀어 나온 곳이 많지만 그 중 하나를 여기 써 보면,

 

“ 그동안 엄마 핸드폰으로 선생님이 다섯 번도 더 연락을 해봤다. 그때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소리가 나오더라.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이유가 뭐라고 하시던? 엄마가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걸 본 적은 있니?”

“우리 엄마는요, 필요할 때만 전화하고요, 걸려오는 전화는 절대로 안 받아요. ”

“걸려오는 전화는 받고 , 통화료가 아까워 먼저 걸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은 들어 봤다만, 너희 엄마는 참 특이한 분이로구나. 이유가 뭐라고 하시던?”

“돈 버느라 늘 바쁘시대요. 전화 받으면 돈 버는 데 그만큼 방해가 된대요.”

“정말 무서운 분이시구나.”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 구천이백이의 본명은 김 건하다. 여기 나오는 것처럼 건하의 엄마는 식당일을 하느라 엄청나게 바쁜 엄마다. 또한 독특한 성격의 엄마이기도 하다. 건하가 구천이백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는 엄마의 특별한 성격이 한 몫을 한다. 건하 친구 마법이가 엄마 돈을 몰래 가져와 친구들에게 칠천원이나 하는 비드맨 장난감을 하나씩 사준다. 하지만 그 돈이 엄마에게 돈을 그냥 슬쩍 가져 온 돈이라는 것을 선생님이 알게 되었다. 여기 나오는 선생님 또한 아주 질기고 엉뚱한 선생님이다. 문방구에서 산 장난감은 뜯었으니 다시 반품을 시킬 수 없으니 마법이에게 돈으로 다시 돌려주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썽이 생긴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비드맨 장난감 사건을 잘 이야기해 돈을 가져오지만 김 구천이백이는 비드맨 장난감 7000원을 가져 오지 못한다.

선생님은 몇 일이 지나도 돈 칠천원을 가져오지 못하는 건하에게 건하가 돈 가져오는 것을 미룰 때 마다 하루에 백원씩 이자가 불어 나가고 그 이자가 불어 만원이 되면 학교를 전학가야 한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선생님은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건하 엄마를 만나려고 시도한다. 알림장을 엄마 화장대에 올려 놓는 일부터 시작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하는 일까지. 하지만 건하 엄마도 만만치 않다.

엄마 화장대 위에 ‘김건하 담임 선생님 핸드폰 번호: 016-707-1310’이라는 메모를 붙여 간신히 엄마와 통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결국 엄마는

“참 별일이네, 한 번도 찾아가질 않아서 그러나?”

“ 엄마는 급할 거 하나도 없다. 옛말에, 목마른 사람이 먼저 샘을 판다는 말이 있거든...”

엄마는 역시 선생님과 대화를 포기하고 아이는 선생님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아이들에게도 놀림거리가 된다.

결국 건하의 별명이 김 만원이 되가고 반아이들은 이자가 불어 김구천구백이가 될 때까지 사건이 종료되지 못하고 건하는 전학을 가야할 처지가 된다.

하지만 유쾌하고 개성이 강한 선생님이지만 건하가 전학을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은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결국 건하의 아버지가 선생님에게 달려와 7천원을 갚고 그동안 학교에서 건하에게 일어난 사실들을 세세히 알게된다.

돈 칠천원 때문에 생긴 사건을 통해 건하가 엄마에게 아빠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게 사는 어른들의 모습도 반성해 본다.

또 아이가 선생님과 빌린 돈은 꼭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선생님의 고집스럽고 질긴 엉뚱함을 통해 많이 웃게 하는 즐거운 초등학생용 동화다. 난 이렇게 길고 장황하게 독후감을 썼는데 우리딸

리아는 어떻게 썼을까?

여기 써 보면

김 부라보아, 안녕!

내 이름은 리아야

넌 언제부터 김 구천구백이가 되었니? 내가 너라면 기분이 아주 나빴을거야. 선생님이 밉기는 하지만 장난감 이야기를 엄마한테 숨기면 안돼! 앞으로는 안 그럴꺼지? 앞으로 그런일 있으면 엄마나 아빠에게 차근 차근 얘기해! 그래서, 아빠가 6천원 줬잖아. 안녕 리아가 ㅋㅋ

 

우리 딸은 이책을 보고 엄마 아빠 한테는 무엇이든 솔직하게 다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했나보다.

사실 나는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피곤해서 이야기를 들어 줄 생각도 하지 못한다는 반성을 한다. 아이는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엄마나 아빠에게 제일 먼저 얘기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알았나 보다.

역시 누구나 같은 것을 읽어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가보다....

 

김구천구백이, 송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