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5월 이 책의 저자 권정생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함석지붕의 조그만 시골 예배당 문간방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가진 모든 것을 세상 아이들을 위해 내놓은 것으로도

유명했던 선생이다.

 

평생 여러 벌의 옷조차 가져본 적 없었다는 선생,

살아 생전 치른 유명세와는 전혀 다른 삶이었다.

1984년 첫 출간 이래 70만부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던 ‘몽실언니’ 의

저자 권정생 선생은 그렇게 모든 것을 내주고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알려진 것처럼 이 책은

8·15 해방의 혼돈과 6·25 전쟁의 비극속에서 숱한 가족사적 불행을 겪으면서도

결코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소녀 ’몽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다.

 

사실 ‘몽실’에게 겹쳐진 불행들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해방을 맞았지만 가진게 없는 거지꼴로 돌아와야 했던 어려움,

배고픔에 시달리다 죽어간 어린 동생,

가난과 배고픔을 참다못해 새로운 남자를 찾아 떠난 엄마,

새아버지의 행패앞에 절름발이가 되고마는 기막힌 아픔,

이정도만 해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불행은

몽실이를 끝끝내 따라붙는다.

 

그러나 몽실은

비겁하게 도망치거나 남의 뒤에 붙어 뒷걸음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방식으로 살 뿐이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눈물이 되고, 감동이 되고, 희망이 된다.

 

“무엇이 감동이고, 무엇이 희망이란 말이냐.

그래서 대체 어쩌란 말이야. 결국 몽실이는 비참한 인생을 살지 않았느냐?”

 

누군가가 내게 시비조로 던진

이 책의 소감이다.

물론 식모살이와 구걸의 나날을 보내다

결국은 꼽추와 결혼해 여전히 시장에서 콩나물을 팔며 살아가는

가난한 그녀의 성장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험난한 고생의 끝도 여전히 가난한 꼴을 면치못한 것이라며

대신 애석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라.

여전히 ‘몽실언니’는 동생들을 돌보고,

남편을 돌보고, 아이들을 돌본다.

당연히 희생이고, 상처며, 긴 아픔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라.

그녀로 인해 지옥같은 날들을 견디고

행복을 말할 수 있게 된 가족과 이웃들을.

 

궁상맞고 어려운 세월앞에서도

누군가를 생각하며 참고 살아내는 것,

무작정 포기하거나 절망에 빠지는 것이 아닌

다시 한번 힘내보는 것,

그래서 곁에 있는 누군가의 기운까지 복돋워주는 것,

그것이 ‘몽실언니’ 의 힘이며 희망일지 모른다.

권정생, 몽실언니, 창작과비평, 소년소설, 성장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