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 평범하게 들리는 이름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과 함께 느껴지는 그의 이름은 강렬하다.

또한 웃기고 슬프다.

역설같이 들리겠지만 그의 작품은

웃기면서 슬프고, 무디면서 날카롭고, 짜증나면서 시원하다.

 

<습지생태보고서>,

사실 제목만 들으면

마치 식물도감과 같은 코너에 있어야 할 책 같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전설의 그 도서들,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과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가

나란히 대형서점의 낚시,레저 코너에 진열돼 있었다는 선례와

거의 흡사한 보기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습지생태보고서>는

만화인탓에 아무리 책에 무지한 판매원이라 할지라도

그런 실수는 저지르지 않겠지만 말이다.

 

사실 이 책이 식물이나 혹은 자연과학코너에

꽂힌다고 해서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반 지하 단칸방이라는 최악의 음지에서

서식하며 살아가는 궁핍한 젊은이들의

생존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니 말이다.

뭐 자연과학은 아니더라도,

생물의 생존기이며 환경일지로도 볼 수 있으니

같은 부류로 쳐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닌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청년실업과 경기침체의 암울한 도가니에 푹 잠겨버린

이시대 젊은이들의 일상을 궁상맞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요즘 잘 못 나가는 청년들의 생활보고서’ 라고 이름붙여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따라

감정의 질곡을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이 책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또한 돈없는 백수청년의 연애가 얼마나 고달프고 배고픈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느끼한 멘트나 감동적인 장면없이,

지극히 추접하고 초췌한 일상의 설명만으로도

만화는 충분하게 독자들의 감정에 다가간다.

 

때론 자학에 가까운 감정을.

때론 슬픔과 감탄의 공감을,

때론 그래도 한번 살아봐야겠다는 희망의 기운을

이 책은 독자에게 전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어두움속에서도 스멀스멀 피어나는 간지러운 희망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자만이 인생을 안다’ 는 말이 어디 절로 나온 말인가.

혹 오늘이 너무 불안하거나

내일에도 도무지 햇빛이 들 것 같지 않아 조바심이 난다면

이 책을 읽을 일이다.

 

궁상속에서 피어나는 사소하 유머와 가난한 사랑, 소박한 웃음,

그것이 곧 희망임을 알게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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