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사회의 자화상이며
또다른 공기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한해동안 방송된 각 영역의 작품들중
우수작품들을 따로 선별해 대본을 싣고 있는
제 21회 한국방송작가상 수상작품집은
그만큼 남다른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일단 사람들의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드라마 부분에서는 유현미 작가의 신의 저울이 수상작품으로 선정됐다.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방영된 수많은 드라마 중에서
당당히 시청자와 평단으로부터 동시에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사실 스토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사랑하는 여자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동시에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 동생을 구하기 위해 검사가 된
주인공 장준하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후 변호사가 된
김우빈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진실구조를
법정스릴러 형식으로 담아낸 드라마가 바로 신의 저울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은 역시 절제된 대사를 통해 구성된 대본이다.
해박한 법률적 지식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작가의 대본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드라마 영상의 재연이 상세하게 가능할 정도다.
이쯤에서 하나 고민해야 할 한가지,
사실 법정은 이미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정의’ 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져 있다.
가진 자의 법정이요, 힘있는 자의 법정이 된 지 오래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그만큼 정의롭지 못한 법정이 다시 정의로운 법정으로 변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에 있지 않았을까.
또하나 주목할만한 분야인 예능부분에서는
최항서 작가의 ‘해피투게더’ 가 선정됐다.
홍수처럼 넘치는 숱한 예능프로그램중에서도
이른바 목욕탕토크쇼라는 독특한 형식을 선보이며
장수하고 있는 ‘해피투게더’ 에는 작가의 번뜩이는 재치가 종종 드러난다.
생활에 유용한 상식을 노래가사에 담아 부르는 ‘도전암기송’도
재미와 함께 유익함을 잘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예능인들이 다수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
공익과 오락을 조화시킨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작가의 대본을 지켜보다 보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밖에도 수상작품집에는 교양부분과 라디오 부분의 수상작들도 함께 실려있다.
대본이상의 무언가를 찾아내겠다고 눈을 밝힐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인기리에 방송을 탄 방송물의 대본을 따로 지켜보는 일,
상당히 흥미로운 일임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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