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 책은 기본적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몇명 인사들에 의해

<이적표현물>이라는 기막힌 소리를 들어야 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이적표현물이란 과연 무엇인가?

짧게 풀어보면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표현물로

이것은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눈을 씻고 찾아봤지만

도무지 표현은 있으되, 이적을 찾을 길은 없었다.

소싯적부터 숨바꼭질의 명수요,

보물찾기의 신동이라 불렸던

내가 공공연한 헛탕을 치고 만 것이다.

 그때서야 알았다.

큰당을 차지하고 있는

웬만한 국회의원들은 실제로 책을 읽지 않고도

책을 읽은 것처럼 행세한다는 것을,

아마도 그치들은 책제목에 따라붙은 ‘북한’, ‘답사’ 라는 단어에

저자 유홍준 선생이 과거 민청학련사건으로 구속된 경력을 가진 것을 상기하여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보면 대한민국은

쓸데없는 상상력이 참으로 풍부한 나라다.

상상력이 자원이라는 광고때문일까,

요즘은 되지도 않는 상상력들이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을 낸다.

 방송작가의 개인 이메일 내용을 가지고 수사를 짜맞추기하는 검찰,

일국의 대통령을 지냈던 이의 죽음조차 냉정한 승부수로 받아들이는 패거리정치인,

삽질하나에 희망담아 전국토를 유린하고자 하는 겁조차 없는 상상력의 소유자들,

그런 판국에서 살다보니

이런 책이 이적표현물로 불리는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이 책의 내용을 궁금해할 이들을 위해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일갈해 본다면

‘방북허가증을 받아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날아 들어가

만나고 살핀 북녘땅 사람들과 유산의 이야기를 기록해둔

그야말로 답사기다‘ 라는 정도가 될 것 같다.

평양 대동강 이야기, 평양성 이야기, 고구려 성문 칠성문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북한 여승무원, 더벅머리 요리사, 접대원 동무 등이

털어놓는 소탈한 일상이 아닌가 싶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저자의 전작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베낭을 매고 길을 떠나는 이들을 많이 만든 것과는 달리,

아직도 북과의 관계가

긴장속에 있으니 많은 이들의 마음이 동해도 당장은

짐을 꾸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절망은 필요없다. 

언젠가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남북한 모두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을 그날이 오겠지,

아니 꼭 와야만 한다.

 

그때까지 이 책이나 여러번 읽어둬야 겠다.

유홍준, 나의북한문화유산답사기, 평양, 대동강, 칠성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