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신문기자 출신으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조명한 소설 ’칼의 노래’ 를 통해  평단과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우리시대 인기작가의 일원으로 거듭난 김훈씨의 자전거 여행기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 여정을 담아낸 에세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어쨋든 그가 다닌 전국의 산천들이 이 안에 다수 등장하니 
여행기라 불러도 크게 흠이 잡힐 일은 아니다. 

가끔 신문지상을 통해 접한 사실로 
그가 ’자전거애호가’ 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전거 위에서 그가 누린 시간들’ 을 책으로까지 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책을 펼쳐 들고 보니 자전거로 참 많이도 갔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되었을까,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소설가들의 시간은 평범한 이들에 비해 훨씬 여유롭다.

여수 돌산도 향일암,
남해안 경작지,
담양의 소쇄원,
광주 망월동,
전남 구례,
순천 선암사,
경주 감포,
소백산 의풍마을,
서울 여의도와 암사동,
그 밖에도 여기에 다 롬겨놓지 못한 곳이 여러 곳이다.

어쩌면 이 책을 쓰는 동안 
그의 몸은 대한민국 지도가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고 서문에서 밝혔던 작가다.  
그 길은 풍경이고, 사람이고, 삶이고,
이땅의 이야기이며, 우리가 살아내야 할 세월일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이 땅의 곳곳에서 벌어진 이야기, 정취, 
이땅 어디에서나 스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여수 돌산도 남쪽 군내리의 마늘밭에서 하루종일 김을 매면서 한마디 말도 않는 노파와 
그옆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개를 만났다. 
옥구 염전에서 맑은날 바싹 말라 떨어지는 소금결정을 보며 
’소금이 온다’ 라고 외치는 사내도 만났다.
 진도 운림산방에서 70세까지 그림만 그렸다는 
허소치도 만났다.

그들과 만나며
김훈을 만났고, 
김훈을 만나며 다시 그들을 만났다. 

온갖 길을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자전거, 그리고 그위에 올라선 작가,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이들은 
한동안 떠나고 싶은 신열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우리집에도 사놓고 잘 타지 않는 
꽤 값나가는 자전거가 한 대 있다.
주말쯤에 나도 한번 달려야겠다.
내가 간 길도 내 몸안에서 지도가 될 까.
달려보고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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