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전형적인 기획도서다.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도 한 눈에 드러난다. 
그렇다. 이 책이 타켓으로 삼은 목표는 
명퇴 등에 떠밀려 조직으로부터 밀려난 30대 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남자들이다. 
흔히 가장이라 불리며 여전히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믿는 그들을 노리며 
쓰여진 책이다. 

’중국 영웅에게 배우는 멋지고 당당한 인생후반전’ 이라는 슬로건아래 
모아둔 인물은 한두명이 아니다. 
중이, 공자, 공손홍, 주매신, 위징, 범려, 진평, 여몽, 왕안석, 유방, 왕양명, 왕희지, 도연명, 
이렇게까지 썼는데도 아직도 옮겨적지 못한 이들이 많이 남아있을 정도다.  

정확히 말하면 모두 스물 두 명이다.
아무튼 이들 중국의 대표적인 영웅들을 모아 
그들이 남은 후반기 인생에 어떤 노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은 사실
읽고 나서 그리 남는 것은 없는 책이다. 
워낙 많은 이들의 에피소드와 
장기를 한방향으로 맞추려 한 탓이다. 
좋은 재료가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비빔밥이 맛있어지는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차라리  서로 연관을 가지며 
적당히 어울릴 수 있는 
혹은 라이벌의 관계에 놓여질 만한 한두명을
대상으로 삼아 차분히 그들의 후반생을 논했다면 
책은 훨씬 더 영양가있는 차림이 되지 않았을까.
 
재밌는 것은 저자가 
이 책을 일본에서 처음 펴낸 것이 2002년 1월인데 
사실 2002년은 일본경제가 긴 불황을 끝내고 최장기 호황을 시작한 바로 그해다. 
어찌보면 저자는 코앞에 다가온 호황을 예감하지 못하고 
여전히 퇴직과 실업대란이 꿈틀거리던 당시에나 
어울릴 책을 펴냈던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너무도 많은 자료를 들춰 공들여 만든 옴니버스식 내용을 차마 버릴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펴낸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런 경로를 거쳐 
우리 대한민국에 상륙한 이 책은
제법 책의 시기와는 절묘히 맞아떨어졌지만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진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처세이야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행태에 있을 것이다.
또하나 이 책의 내용이나 구성이 
그만큼 산만하고 어지럽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앞서 말한 것은 예의를 갖춘 말이고,
뒤에 써둔 말은 있는 그대로를 말한 것이다. 





남자의후반생, 푸른숲, 모리야히로시, 양억관, 중국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