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요네하라 마리는 동시통역사다. 
직업적 훈련에 의한 것일까. 
그녀의 글에선 언어의 차이에 민감한 특성과 함께 편견없는 수용의 자세가 묻어나온다.
또한 전문이론가로서의 관습에서 자유로운 탓에 
가벼운 농담과 유머를 적절히 곁들일 줄 아는 여유를 보여준다. 

그녀가 이곳 저곳에서 길어올린 
언어의 우물에선 제법 익숙한 개념들도 적잖게 발견된다.
가령 서양인들이 싫어하는 13이라는 숫자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오히려 좋은 숫자로 해석된다는 식의 
사실들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것들이다. 

그러나 흔히 12개로 통칭되는 한 다스의 개념이 
마녀의 세계에서는 13개로 불린다는 사실앞에서 
우리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13을 얼마나 불길하고 사악한 숫자로 여기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히 여러 문화권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에 있기 보다는 
세계 현장에서 접한 문화와 정치의 흐름을 생생하게 저자만의 화법으로 옮겨놓는 데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일-러 동시통역사로 활약했던 저자의 경력답게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일화들은 통속적 유머는 물론 
근본을 꿰뚫는 철학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로인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뉴스나 신문, 혹은 자칭 세계문화 전문가들의 저서에서 
놓치고 있었던  현지의 정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요네하라 마리만의 새로운 문화인류학이라고나 할까. 
편견을 버리게 하고, 몰랐던 무지에 아는 즐거움을 전해주는 그녀의 수작앞에서
박수를 보내는 것은 전혀 아깝지가 않다..

끝으로 저자가 책에서 인용한 새무얼 존슨 박사의 명언을 하나 옮겨두고자 한다.
바로 "애국주의는 깡패들의 마지막 방패"라는 말이다.

새무얼 존슨 박사의 이 말이 등장한 것은 과거 18세기이지만
현재의 우리사회에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한 것을 보면 기막히지 아니한가.

걸핏하면 서울의 도심광장을 유린하고 
법을 앞세운 테러를 자행하는 자들이
매번 들고 나오는 깃발이 바로 ’애국주의’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만약 요네하라 마리가 
현재의 서울을 배경으로 작품을 쓴다면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까, 그것이 나는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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