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적당한 곳을 찾아 발길을 옮긴다.

그다음 허리를 굽혀야 한다.

그리고 아래를 바라본다

안경을 쓰고 있다면 미리 안경알을 닦는 섬세함이 필요할 수도 있다.

뭐 거창한 일을 벌이기 위한 동작은 아니다.

단지 햇볕아래 한참 자라고 있을

풀들을 살피기 위한 행동들의 순서다.

 

사실 풀들은 그저 바라보면 되는 것이지

굳이 찾아가 살필 이유가 있는 지를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흔하게 지천으로 피어있는 풀들은

실상 지난 수만년 동안 생명을 이어온 끈질긴 생명체들이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이

이 책 <풀들의 전략>이다.

 

저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잡초생태학을 전공한 후

시즈오카현의 농업시험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다.

책의 전반에서 그의 섬세함과

잡초들에 대한 애정은 명확히 드러난다.

 

이를테면 그는

아스팔트를 뚫고 싹을 튀우는 방동사니를 바라보면서도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철저한 차단막이 되어 방동사니의 생장을 가로막던 도심의 아스팔트가

나중에는 되려 방동사니를 지켜주는 역할을 맡게 되는 아이러니,

밟히거나 쥐어뜯기거나 제초제를 뒤집어써도 꿈쩍도 안 하는 강인한 생명력의

원천이 된 방동사니의 덩이줄기,

그는 이런 방동사니를 통해

어떤 어려움속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방동사니뿐만은 아니다.

갈대, 물달개비, 쑥, 칡, 강아지풀 등등

우리도 기억하는 그 이름을 단

그러나 여전히 흔한 탓에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그 모든 풀들에서 저자는

생명의 신비와 삶의 지혜를 엿보고 들춰낸다.

 

한가지 더 꼭 일러주고 싶은 사실,

같이 곁들여져있는 미카미 오사무의 세밀화를 바라보는 것도

책을 읽는 내내 덤으로 주어주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벌과 나비, 그리고 풀이 어울린 그림들은

하나하나가 탄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세밀하며 정밀하다.

사진과는 다른 묘한 끌림도 있다.

 

풀들의 전략,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는데 도움이 될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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