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다룬 책들은 사실 상당히 많다.

과거 정권의 부추김에 의해 보수진영에서 출판된 책은 물론

역사바로세우기운동을 필두로 진보진영에서

쏟아낸 책들까지 그 종류와 시각도 다양하다.

 

그중 1945년의 분단에서부터

전쟁을 거쳐 1953년 재분단에 이르는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이 강대국들의 세력균형을 위한

‘분할통치’ 정책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그리 새로운 시각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갖는 미덕은 상당하다.

일단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이 그들 이익의 충돌을 막기 위해

어떤 식으로 조정의 과정을 거쳐왔는 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세력균형정책의 교묘함과 함께

앞으로 통일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생존과 희망의 역사를 함께 공부하는 땅 한반도는

끊임없이 이웃나라의 개입을 인정해야 했던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그로 인해 숱한 전쟁을 치러왔고,

종단에는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적 상황까지 감수한 채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전쟁과 분단의 상황을

과거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처럼 역사와 현실에 대한 민족적 대비와 관심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영원히 한반도분단의 상황은 고착화될 수 밖에 없고,

나아가 또다시 한국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언제든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도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어려운 상황을 바로 아는 일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러한 인식의 눈을 뜨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저서가 될 것이다.

 

김계동, 한반도의분단과전쟁, 민족분열과국제개입, 서울대학교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