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시인 김용택의 열 번째 시집 '수양버들‘ 을 읽는 날
마음속에도 봄이 왔다.
시집 '수양버들' 은
봄바람에 한껏 몸안의 가지를 흔들어대는 수양버들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서정을 터질것처럼 쏟아내고 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이 써둔 추천사 그대로
“오래된 흑백사진 속에서 만나는 애잔한 풍경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고맙다.
미친것처럼 뒤틀려버린 이 싸늘한 2009년에
김용택이 아니면 누가 이런 따뜻함과 평온한 일상의 서정을
우리에게 줄 수 있겠는가.
그중 백미는 ‘살구나무’ 다.
<꽃이 피고 새 잎이 돋는 봄이 되면,
그리고 너는 예쁜 종아리를 다 드러내고
나비처럼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나타나겠지>
시인은 봄날의 생명들이
꽃으로 만개할 그날을 기다리며 시를 썼다.
그리고 그시를 읽는 동안
우리에게도 소망이 생긴다.
제대로 계절을 맞고,
제대로 보내고 싶다는
그래서 우리 모두 인생의 봄날을 제대로 맞고 싶다는
그런 소망이 생긴다.
물론 시집에는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도 담겨 있다.
대표적인 시가 ‘손톱’ 이다.
<세희야, 할아버지와 할머니 눈이 어두우니
손톱이 길어나면 나더러 깎아달라고 해 알았지?
가는 손가락 끝에서 희게 금이 간 긴 손톱을 자를 때마다
손톱들이 톡톡 튄다>
먼 타지에서 실패한 삶을 사느라
자식들을 시골 노부모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던 젊은 부부들,
그리고 한없이 늙어 눈조차 어두운 노부모아래서 자라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시골선생님 김용택의 고민과 눈물이
시에 그대로 스며들어있다.
그야말로 말간 슬픔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08년 계간 시안에 실렸던 시 ‘두꺼비-아이가’ 는 유독 반갑게 다가웠다.
<길가에 두꺼비 한 마리가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니, 두꺼비가 끔뻑 끔뻑 눈을 떴다 감았다 합니다....... 야, 너 나 아냐?>
처음 이 시를 보았을 때도
픽하는 웃음이 터졌었다.
시집을 읽다가도 이 시 앞에서는 그만 웃음이 나온다.
마치 불법높은 고승들이 나눈다는 선문답같기도 하고
철모르는 아이들의 대화같기도 하다.
그림이 절로 그려지는 시다.
햇살바른날 졸듯이 길바닥에 납작 업드려 있는 개구리와
마주친 대여섯살 정도의 아이,
서로를 결코 해치지 않을 정도의 호감과 호기심이 일어나는 봄날의 공간,
그 사이에 더 뭐가 필요할까.
따뜻함 있고, 눈물이 있고, 웃음이 있는 시집 ‘수양버들’
김용택의 이 열 번째 시집은
아마도 끝내는 사랑이 될 것이다.
아프고 독한 세월의 모퉁이에서
그가 읖조린 따뜻한 위로의 말
<그런데, 봄이다>
이제 그렇게 우리에게도 봄이 왔다.
자, 힘들 내야지.
살아야지,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봄이다.
그리고 그 봄의 생명력을
따뜻하게 전하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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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사랑하는 데로 가는 것들은 저절로 꽃으로 피었다가 꽃으로 지지요.
가면 오고 오면 가듯 지면…… 또 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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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버들; 내 생의 강가에 서 있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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