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시집을 손에 잡았다.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라 좀 낯설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시집이 주는 매력에 금새 빠져들 수 있었다.

우목횟집은 무슨 뜻일까?

실제 시집 안에 같은 제목의 시가 있다.

그 시를 읽으면서 거센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여인과 같은 위태로움을 느꼈다.

우울하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소의 눈...그것이 우목이던가...

 

시인의 고향이 경주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의 1부에서는 삶이 힘든 어촌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2,3,4부 또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시들이다.

왠지 녹슨 쇠냄새가 물씬 나는 시들을 읽다보니, 나의 지난 날을 회상해보기도 했다.

사랑얘기를 하면서도 우울한 시들...하지만 그 속에서 실날같은 작은 희망을 볼 수 있다면 시를 읽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시인의 서정적인 나레이션에 내 감정을 몰입할수록, 영혼이 가진 섬세함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멀리 바라보는 풍경은 어떻게 보이든 내 것이 될 수 없는 듯, 시 속의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없으므로 나 역시 관찰자로 머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삶에 동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내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지켜본 관찰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접한 시집은, 시집이 가진 우울함에도 불구하고 내게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