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미식견문록.

정말 지식여행자가 쓴 책처럼 다양한 정보가 가득해서 읽는 내내 즐거웠고 음식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된 책이었다.

앞부분이 러시아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 조금은 생소하고 지루한 면이 많았지만-특히 첫 에피소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AB OVO'라는 단어의 말꼬리잡는 식의 분석이 좀 지루했음-뒤로 갈수록 점점 더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루에 책을 7권씩 읽어치웠다는 -덕분에 지식이 풍부하다못해 넘쳐나는- 작가는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근원을 알아내는 시도를 했다.

그 음식의 종류또한 우리가 흔히 먹는 감자나 사과부터,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할바'라는 터키꿀엿등등까지 매우 다양해서 꽤나 흥미진진했다.

작가 본인이 살아가면서 일어났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좋아하는 동화의 소재로 쓰인 각양각색의 음식들에 대한 에피소드 등, 보통 에세이라면 혼자만의 생각속에 사로잡혀 결국 글이 흐지부지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서 끝까지 처음 책의 의도를 잘 이끌어 갔던 것 같다.

글재주또한 천재적이진 않지만 솜씨가 굉장히 있고, 간간히 큰 웃음을 터뜨리게도 해주어서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책을 설명하는 본문발췌부분을 보고 '푸핫!'하며 웃음을 떠트렸었다.

그 에피소드는 미식가인 삼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죽는 순간에도 작가에게, 돌아가는 신칸센의 '역도시락은 팔각도시락으로 하라'는 유언을 남긴 삼촌의 에피소드를 보고 정말 이 책이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재미난 에피소드는 언제쯤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제일 마지막 에피소드가 바로 이거였다. 역시 대미를 장식했더군.

이 책이 에세이인만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말 식구들이 하나같이 음식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듯 보인다.

나도 먹는 거라면 한가닥하지만, 먹을 줄만 알았지 이 정도로 음식의 기원까지 훑어볼 정도로 대단한 열의는 아닌 것 같다. 역시 대식가이자 미식가답다는 생각이 든다. 

무더위에 지루했던 경제서들만 읽느라 지쳐있었는데, 자그마한 휴식같은 편안함을 준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가 이미 타계하여 더이상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