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사선생님 운이 좋은 편이었다.

중학교때 국사 선생님은 특유의 재미난 말빨과 풍부한 소재로 
"외울거 천지인" 국사의 흥미를 돋워주었고 
고등학교때 국사 선생님은 데모 많이 하기로 유명한 모학교 출신이셨는데, 
역사의 숨겨진 이야기들, 흔히 말하는 강자,주류의 세계사가 아닌 
우리가 강요당하는 주류의 세계사의 음침한 뒷이야기들을 
종종 이야기삼아 해주시는 분이셨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는,
내가 만났던 고교 선생님을 떠올리게 했다.

큰 흐름을 짚어가면서 비교적 중립적 시각에서 그 해석을 곁들이고 있다. 
중립적이라곤 하지만, 해석에 있어 과감하고 통렬한 부분도 눈에 띈다.  
줄줄줄 이어지는 설명이 아니라 큰 흐름중 짧게 한개의 소재를 택해 
간결히 설명과 해석을 곁들이고 있어서 부담없이 읽기 좋다.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도 눈에 띄지만, 그건 그대로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기도 하는지라 
소재 선택의 탁월함에 새삼 감탄했다.

 

이 책의 소제목(소재)을 몇개 추린다면,

- 그 많은 고인돌이 말해주는것
- 단군신화, 어떻게 볼 것인가
- 경제는 일류, 정치는 삼류였던 가야
- 광개토대왕은 어떻게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 왜 신라에만 여왕이 있었을까
- 동북아시아 두 강국의 결전, 고구려-수나라 전쟁
- 대조영, 고구려 계승을 선언하다
- 발해를 한국사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
- 호족세력의 불교, 선종
- 골품제사회 6두품 지식인의 좌절 
- 왕건, 혈연 네트워크로 후삼국을 다스린다
- 무신정권,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지만
- 역성혁명의 기획자, 정도전
- 조광조, 어느 깐깐한 개혁주의자의 죽음
- 임진왜란은 무역전쟁이었다!

 
등 이다.
(예로 든 소제목 외에도 근현대사까지 엄청 다양한 소재들을 
깊이 있게 다루셨다. 꼭 보시길..)

 

 

발췌368p
이승만 같은 외교독립론자를 향해 신채호는 
"외국의 도움을 받아 독립을 얻게 되더라도 그것은 다시 
그 나라의 노예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외교론에 의한 독립이란, 
결국 지배국가를 갑에서 을로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이라고 통박했다. 
이승만은 자신의 책임은 외면한채 활동무대를 
상하이에서 하와이로 옮겨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관했다. 발췌 끝.
 

 
살면서 잊고 있었던 우리 역사들을 다시 읽으니 왜이리 새롭던지.
과거란, 우리의 현재를 이어주고 
민족얼을 존재케 하는 선조의 소중한 유산이다. 
과거의 영광만을 그리워하는 것 만큼 한심한 일도 없지만,
남들은 꾸미기라도 하는 유구한 우리네 역사를 
헌신짝처럼 내던져서야 쓰겠는가. 

우리나라 사람이 한번쯤 읽어봐야할 책 리스트를 뽑는다면
이 책을 올려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