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진 않지만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났다.

내가 자라던 시기에는 대부분 엄마들이 참고 사는 가정이 많아서 이혼을 한다거나 싸움을 하는 가정이 드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사춘기가 지나고 직장에 다니고 서구의 문물도 접하고 하며 이혼하는 가정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던 듯 하다.

 

무조건 참으셨던 엄마와 달리 나는 부부생활에서 참기 보다는 화 나면 화를 내는 편이다.

화가 날 때는 이것 저것 가릴 것 없어 눈에 보이는 게 없지만 한참 화를 내고 나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해 하는 게 보여 안쓰럽고 미안하고 이러지 말아야지 싶다.

 

'책과콩나무'에서 출판된 '내일이면 아빠가 떠나'는 이혼을 앞 둔 엄마 아빠와..

그리고 이혼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그린 책이다.

워낙 이혼율이 높아지다보니 이제 이런 상황은 그다지 놀라운 상황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나만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를 생각한다면...

과연 그 선택은 맞는 걸일까? 라는 생각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아이와 함께 부모가 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에 골랐다.

 

지인이는 제목을 보더니 말한다.

"하지만 엄마, 아빠도 출장 가기 때문에 헤어져 있을 때가 많잖아요." 라고.

"그래. 출장으로 떨어져 지낼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는 아빠와 엄마가 완전히 헤어지는 거야. 출장이나 일 때문에 잠깐 헤어지는 거랑은 달라" 라고 하니.

"그래요? 정말 슬프겠어요." 라고 하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 

 

 

 

 

 

 

 

레나는 매일 계속되는 아빠 엄마의 싸움이 괴롭다.

아빠는 늘 조용하지만 엄마는 늘 아빠를 비난한다.

아빠는 새를 관찰하해 사진을 찍는 새 사진 전문가이다.

소리를 지르면 새가 도망간다고..그렇게 조용한 사람이다.

엄마는 아빠와 달리 활발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데 아빠가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말한다.

"이제 엄마 아빠는 싸우지 않을 거라고..아빤 잠시 떠나 있을 거라고.."

"내일 당장 떠날 거야." 라고 엄마가 말한다.

 

떠나

아빠가

내일이면..

 

이 말은 레나의 뇌리에 박혀서 떠나지 않는다.

동생 스테프는 이 상황을 어렵지 않게 생각한다. 레나보다 어려서 그런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거 같다.

하지만..레나는 슬프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슬프지 않을까?

다른 친구는 엄마 아빠가 헤어질 때 며칠 동안 울기만 했는데..

 

스테프와 축구하는 아빠를 보며 엄마는 말한다.

"그거 아니? 옛날에 아빠가 축구 선수였다는 거." 라고..

오래 된 일이지만..

그런 아빠의 축구 솜씨에 반하고 짙은 갈색 곱슬머리도 좋아했고 나이대 남자답지 않게 희한한 옷을 입고 다니는 점도 좋아했었다는 거...

 

인형들과 대화하며 밥을 먹지 않는 레나와 아빠의 이야기 속에서 레나는 이제 더 이상 엄마 아빠는 서로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제 서로는 '너희 엄마', '너희 아빠'라는 호칭을 하니까...

 

하지만 레나는 엄마 아빠와 이야기 하면서 앞으로 잘 될 거라고 믿는다.

 

덤덤하게 책을 읽어나가는 지인이와 달리 엄마인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삼키며 읽었다.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레나의 모습도 가슴 아팠지만 한 때 사랑했고 가족을 이루었던 사람들의 이별이..그런 선택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빠와 엄마가 헤어지면 어떨거 같니?' 라고 묻자.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드는 지인이..

"싫어요."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언젠가 책에서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또 이혼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죄책감도 남긴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랄 수 있는 것도 큰 복이겠다 싶다.

경제력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부모의 화목한 모습. 사랑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큰 선물이 되어 주지 않을까?

 

지인이는 책을 다 읽고 주인공 레나에게 편지를 썼다.

'아빠가 떠나서 슬프지? 하지만 네가 말을 안 들어서 그런게 아니고 엄마 아빠 간의 사이가 나빠져서야.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마.

자주는 아니지만 한달에 한 번 쯤은 볼 수 있지?' 라고..

 

많은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더더욱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http://cafedaumnet/qmftiahfjqm, 또니또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