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는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 권의 책이 번역, 출간된 터키 출신 작가 아지즈 네신이 유년 시절에 겪은 자전적인 일화들을 엮은 책이다. 아지즈 네신은 경제적 불평등, 관료제의 부패 등 터키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자주 써서 여러 번 수감된 적이 있고, 80년대 말에는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를 번역하여 과격 이슬람 신도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심각한 주제를 다룬 책은 아니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 같은 책이다.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무척이나 가난했다. 어느 정도로 가난했느냐 하면, 어린 여동생이 병들어 죽어가는데도 손 쓸 길이 없었고, 아지즈 자신은 일을 하느라 이웃 꼬마 친구들과 마음 편히 어울려 놀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가난 속에서도 병약하지만 착한 어머니, 성질이 급하지만 인정 많은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이런 넉넉한 품성 덕분에 훗날 웃음을 통해 사회를 비꼬는 풍자 작가로서 대성한 게 아닌가 싶다. 책을 읽고 아지즈 네신의 삶에 대해 알아보면서, 앞으로 그의 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독자를 웃기기도 어렵고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를 쓰기도 어려운데, 둘을 함께 시도한 작가라면 틀림 없이 역량이 대단할 것이다. 유명한 저작들을 읽기에 앞서 이 책을 통해 그의 사상적 토대가 된 유년시절을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