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짧다면서 건네 준 책이었다. 딱히 읽을 책을 고르지 못해서 빌렸다. 책을 편 뒤 동시에 필통에서 지우개를 꺼내들었다. 짧은 글, 마치 아이들이 그렸을 것 같은 그림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혹 누가 낙서한 게 아닌가 하고 진짜로 지우개로 지워 보았다. 이 책은 이외수씨의 ‘하악하악,’ ‘외뿔’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두 가지의 의문점이 생겼다. 여기에 나오는 모래알이 진짜 모래알만 뜻하고 있는 걸까? 라는 것과 모래알과 자신의 모습이 햇빛에 비춰져 붉게 보인다는 이유로 우월하다고 느끼는 물 한 방울과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온 몸으로 숫자를 표현한 힘없는 실이 무슨 관계일까? 라는 의문이었다. 하나의 의문은 풀렸지만 다른 하나는 아직 풀지 못했다. 짧지만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있어서 생각 보다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 책의 가격이 책에 비해 다소 비싸다는 느낌을 받은 건 왜 일까. 친구들도 보더니 당황스러워 했다. 작가의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이 8500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큰 것도 아니며 내용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림이 멋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므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