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이 안 되는 자전거를 가지고 중국,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터키, 그리스, 터키, 이란을 180일간 여행한 미친 여행 에세이 <슈슈, 내일도 같이 놀아줘>.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시기와 질투에 몸부림을 쳐야했다. 중국에 알고 지내는 지인이 있고, 그를 통해 중국에서 보낸 경험, 자전거 하나 믿고 떠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남자라는 사실.

여자의 몸으로 주인공처럼 인적 없는 곳을 두려움 없이 지나갈 수 있을까? 여성이라는 몸으로 작가처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중국어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내가 작가처럼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한참 인도에서 벌어진 강간사건과 시위사태를 보며 여자들은 이래저래 제약을 참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음을 절감한다. 그렇기에 작가가 떠난 180일간의 여행은 부러움 반, 시기 반으로 훔쳐봐야했다.

<슈슈, 내일도 같이 놀아줘>의 가장 좋았던 점은 사진이다. 다른 여행 에세이도 많이 읽었지만 그 때마다 아쉬웠던 점은 사진이었다. 책에 수록된 사진의 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여행 에세이이기에 책에 실린 내용과 관계가 있는 사진이 담겨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보통의 여행 에세이의 경우 이런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여행의 기간이 길어서, 편집, 기획의도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그런 것이라 짐작하지만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런데 <슈슈, 내일도 같이 놀아줘>의 경우에는 이 부분을 가장 만족스럽게 담은 책이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장수 아저씨가 자주 만나는 자전거 여행자들이 일주일도 견디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는 말에서 인천 공항의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팻말이 생각나더라는 작가의 말이 바로 다음 페이지에 그 팻말과 엉뚱한 장소로 향하다가 만난 빈 공장 건물들의 사진 등 작가의 글을 통해 만난 이야기가 사진으로 다시 한 번 보게 되며 작가의 여행을 독자들이 간접 경험을 보다 실감나게 할 수 있다. 여행 중에서 만난 유적지, 사람들 등 작가가 이야기 하는 모든 것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그래서 독자는 작가가 만난 모든 것을 작가의 글뿐만 아니라 사진으로 함께 만날 수 있다. 그로 인해 작가 혼자 그들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났음을 더 나아가 독자 혼자 그들과 만나게 된다. 이보다 더 실감나는 여행 에세이가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