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인조 밴드 ‘밍크존’은 2011년 4월 24일 <종이 피아노>를 발표하면서 데뷔했다. 일본의 다른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오래 전부터, 정확히 1999년부터 활동한 밴드였다. 그들의 라이브 공연 때마다 소개했던 ‘훈훈한 실제 생일 에피소드’ 중 서른한 개를 추려서 책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야기가 나눠졌는데 배경이라기보다는 생일의 계절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만도 않은 생일 이야기들.

봄.

매년 대한민국이나 일본이나 이혼하는 부부들이 생겨난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결정과는 상관없는 상황과 맞닥뜨려야 한다. 자신을 아버지라 말할 수 없는 ‘모르는 아저씨’이야기,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함께 사는 ‘할머니의 보물’ 이야기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반면에 행복한 가정의 가장으로 흡연을 즐겼던 아빠가 아이의 순진한 두려움에 금연을 하게 되는 ‘아빠가 주신 선물’은 마냥 웃음짓게 되는 이야기다.

여름.

여름의 첫 장을 장식한 ‘빗속의 친절’은 전 세계의 무뚝뚝한, 권위적인 아빠들의 힘없는 중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이들과의 하는 부모들의 약속에 대한 생각도 다시금 드는 이야기였다. ‘주인공 없는 생일’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이겨나가는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가을.

16년 동안 가정을 지킨 실제적인 힘을 보여주는 ‘16년의 결혼생활’, 뭐든지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던 젊음이 지나갈 무렵 우리들의 엄마의 힘을 보여주는 ‘엄마는 알고 있다’, 지나간 사랑이 남긴 습관을 말해주는 ‘두 사람의 초상화’….

겨울.

이지메(왕따)라는 말이 시작된 일본에서 힘없는 선생님, 그러나 특별한 날(생일)에 담은 아이들의 선물이야기를 담은 ‘기적의 머플러’, 사장과 종업원을 뛰어넘은 두 남자의 우정을 담은 ‘서투른 배려’, 사랑하는 연인의 ‘같은 마음’….

 

어느 것 하나 울림 없는 이야기가 없다. 그것은 이 모든 이야기들이 실화이기에 더욱 가슴 깊게 감동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한 밴드의 공연에서 들려주던 이야기는 이렇게 책이 되었고 바다를 건너 대한민국의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4월 24일은 작가 소고 유카리의 생일이며, 그녀가 몸담고 있는 밴드 ‘밍크존’이 미니앨범 <종이 피아노>를 발매하며 공식적으로 데뷔한 날이기도 하며, 또한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올해 결혼기념일은 조금은 다르게 맞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