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로 알고 있던 막스 뮐러의 유일한 소설 <독일인의 사랑>.

‘언어로 수놓은 사랑에 관한 불후의 고전’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856년에 발표된 책이다. 전혀 기초지식 없이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작년부터 한 권씩 모아온 것이 책장 한 칸을 넘어간다. 그 중에 담긴 <독일인의 사랑>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간택되어 읽게 된 셈이다.

 

영주의 병약한 딸 마리아와 만나게 된 주인공. 그는 간간히 그녀를 만나면서 어린 마음속에 그 무엇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적 제약과 그녀의 마음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 짝사랑으로 끝날지, 또는 침대에만 누운 채 지내는 그녀가 소설 소나기 속 소녀처럼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독자가 예상한 것보다 더 긴 삶을 살게 되고 두 남녀는 성장한다. 원어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안 되기에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음이 이런 작품을 만날 때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다. 그래서 결국 스토리에 더 집작하며 보게 되는 외국 작품들. <독일인의 사랑>은 스토리상으론 그렇게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그러나 표현하는 방식이 남다른 것은 사실이다. 두 남녀의 사랑을 표면적으로 깔지 않고 주인공 남자의 1인칭 시점으로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이 어느덧 사랑으로 변해버린 시점에서 영주의 딸 마리아에 대한 마음을 사랑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러 가지 상황으로 도망가는 남자. 그리고 다시 만나는 남자와 여자. 이 사랑을 만류하는 의사. 물론 소녀의 부모님도 만류하지만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이는 의사다. 그리고 의사의 소녀에 대한 사랑은, 소녀 역시 의사를 거부하는 모습을 통해 현실적인 시각에서 아동 성 범죄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 끝에 소개되는 의사의 진실은 또 다른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였다.

 

작가 막스 뮐러 들려주는 사랑이야기는 희극도 비극도 아니다. 그냥 ‘사랑’이다. 사랑에 대한 그 어떤 정의도 내릴 필요 없이 삶의 일부분으로서 사랑을 보여준다. 유일한 자극적인 요소는 여주인공의 병약함 정도.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 없는 삶은 얼마나 건조하고 무의미할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종류의 사랑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점점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질 것이다. 그래도 인간은 죽는 날까지 사랑을 갈구하며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