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은 기독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어떤 종교든 너무 심취한 분들의 경우 다른 종교를 터부시하는 모습에 오히려 나는 그 분들의 종교에 반감을 갖게 되기도 했다. 같은 하느님을 믿는 기독교와 가톨릭 역시 서로를 적대시 하고 같은 기독교이거나 불교라도 분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시 하는 모습 역시 종종 지켜봐야했기에 나 스스로가 종교에 대해 어느 정도 벽을 만들고 집에서 홀로 종교생활을 하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을 읽으면서 나의 이런 생각과 일치하는 의견이 보여 위안을 삼았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갈림길>은 역시나 작가 특유의 종교적 철학을 보여주며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같이 동감하며 읽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앤서니 스펜서(토니)는 한 여자와 두 번 결혼을 하고 두 번 이혼했다. 그러나 여자 입장에서 그의 두 번째 결혼 계획은 몸서리가 칠 정도로, 잔인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첫 번째 이혼에 너무나 쉽게, 우아하게 행동하는 아내 로리의 모습에 토니는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연유로 2년의 노고로 그녀를 다시 유혹하고 두 번째 결혼을 했지만 2주 만에 그녀 앞에 이혼 서류를 보냈으며 그녀를 밑바닥까지 몰고 가서 그만의 성취감을 맛본다. 이런 토니의 행동은 그의 삶 전반에 깔려 있다. 약한 자 앞에서는 더욱 강한 모습으로 상대에게 모멸감을 안겨주고 그의 성공 앞에 무릎 꿇은 자들을 비아냥대는 것으로 그는 쾌감을 느낀다. 이런 토니가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지고 그의 영혼은 갈림길이 가득한 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예수와 성령, 하느님 아버지를 대면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다. 이 부분은 전작 오두막과 같다. 흑인으로 등장한 예수가 이번 <갈림길>에서는 푸른 눈의 예수로 등장한다. 그러나 인디언 혈통의 성령, 어린 소녀로 등장한 하느님 아버지는 윌리엄 폴 영의 작품 속에서만 느껴볼 수 있다.

 

토니가 잭과 예수, 성령과 함께 그의 정신 세계를 돌아다니고 그가 만든 벽을 부수고 그의 삶을 뒤돌아본다. 동시에 현실의 다운증후군 환자 캐빈과 그의 엄마인 몰리의 친구 매기의 몸속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기도 한다. 그로인해 그의 삶은 커다란 변화를 느끼게 되며 독자가 예상한 그대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종교가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그 역할은 무엇일까?

지구 한 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종교전쟁과 인종차별주의, 경제전쟁.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은 인간들의 작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개인주의를 벗어나 좀 더 넓은 시각에서 포용성을 키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벗어나 국가를 벗어나 지구 전체의 시각에서 모두가 살기 좋은 곳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