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안 책장이 가득하고, 책장 가득 책이 겹겹이 쌓여있다. 결혼 전 2천 권이 좀 안되던 책은 책을 좋아하는 남편과 만나면서 어느 덧 삼천 권을 넘어섰다. 서로가 소장한 책이 공유하게 되면서 의외로 같은 책이 많아 주변에 나눠주고 난 뒤 책장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장르로 나누자니 읽지 않은 책과 읽은 책이 뒤섞이는 것이다. 그래서 서재와 거실 책장에는 곳곳에 읽지 않은 책들이 숨어있다. 때때로 그런 책들을 찾으며 읽는 재미가 있으니 이것도 즐거움이라 하겠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맞은 금요일 오전, 나는 책장을 돌아다니며 책 사냥에 나섰다. 주말에 가족모임도 있고 해서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물론 그러면서도 시간 낭비 같은 책은 읽고 싶지 않아 나름 기준이 까다로웠다. 한참 만에 선택한 녀석이 바로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이다.

이 책은 뮤지컬을 함께 했던 제자의 책이다. 평소 서로의 책을 택배로 보내며 책을 공유했던 사이기에 유일하게 다량의 책을 빌려주던 제자였다. 그런데 다른 책에 밀려 아무래도 책을 읽을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택배로 다시 보내려는데 후배는 책장을 정리한다며 그 책을 모두 내가 소유해 줄 것을 원했다. 그 책 꾸러미 속에 함께 있던 것이 바로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이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새 4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도 그 제자도 모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서울에 살던 제자는 결혼하고 제주도에 살림을 차리고, 제주도에 살던 나는 결혼하고 제주도를 떠나야했다.

언제나 꿈을 이야기하고, 여행을 꿈꾸던 우리는 어느 새 현실의 삶 속에 안주했던 시간들.

그 갈증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테오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소금사막 여행을 다녀왔다.

익숙함을 버리고 낯 설음 속으로, 향하고 먼 곳을 바라보는 여행.

볼리비아라는 나라 속 시골 여행을 떠나며 나는 가장 먼저 세계 지도에서 볼리비아를 찾아봤다. 해안선의 나라 칠레 옆에 붙은 곳이 바로 볼리비아였다. 은을 녹이며 미래를 예언하는 잉카의 예언술 이야기로 나의 마음을 온전히 열렸고 안데스 산맥 죽음의 도로를 지나 꼬로이꼬로 향하는 길. 그 길을 달리는 택시기사 안또니오의 말은 그 어떤 철학서보다도 내게 많은 깨우침을 주기도 했다. 계곡마을 꼬로이꼬에서는 바나나도 써서 구워먹어야 하지만 꼬추나 폭포의 의외성과 히피 호르헤를 친구로 두는 영광을 맞이하게 됩니다.

근처 식당의 위치를 묻는 테오에게 호르헤는 자신의 굶주림과 테오에 대한 친절(또는 불친절)을 모두 배려하며 결국 자신의 이름을 말하곤 둘은 친구가 됩니다.(p31) 얼핏 이해가 안되는 내용 같지만 책을 읽는다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야기랍니다. 호르헤가 전하는 히피의 삶과 철학 역시 갈수록 물질만능주의로 치닫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네요.

누구나 위로해주고 누구나 위로받는 부엉이 나이트클럽이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그리스도상보다 더 크고 높은 곳에 위치한 볼리비아 코챠밤바의 그리스도상 이야기(p115)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도박 소년 라파엘의 이야기는 제목과 달리 그 순수함과 열정이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안데스 소녀 마이라, 아마존의 소녀 올리비아, 코파까바나의 게이꼬, 따리아의 마르띵 등 멋진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는 새로웠습니다. 또한 가장 오해했던 차빠레 코카마켓. 코카인의 재료인 코카 재배를 단순히 우려만 했던 외부의 시선과 달리 그들의 전통적인 삶의 재료로 차의 재료였던 것을 화학적으로 10배 농축시켜 마약을 만들어낸 외부 세력들에 의해 오해받는 그들의 삶. 언론을 통해 그들을 오해했던 일인으로써 그들의 전통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소금사막.

드디어 도착한 소금 사막의 절경 속에 비가 내린 소금 사막의 모습은 투명한 호수가 되고 유일한 소금호텔은 녹아내립니다. 온갖 편의시설은 꿈꾸지도 못한 채 소금으로 만든 호텔에서 소금으로 만든 테이블 위에서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 함에도 그 곳의 추억은 가득합니다.

테오의 다음 여행에 동참하고픈 마음이 동하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