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가와 도쿠야. 밀실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아직 밀실도 접하지 못한 내가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자극적인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웃기는 표지 때문이었다.

<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제목과 달리 표지 속 등장 인물들의 묘사는 3류 코미디라도 해도 어울린다. 미니 쿠퍼에 시체를 담은 콘트라베이스 케이스, 그 앞에 기겁한 남녀. 물에 빠진 아이스박스(이건 아마도 피해자의 유류품이자 물에 빠진 순경을 구하기 위해 우카이가 던진 그 아이스박스인 듯), 사우나 중인 남자, 소파 위에 스노쿨 장비를 한 남자 등.

히가시가와 도큐야가 만들어 낸 인물들을 처음 접한 나로서는 일본소설 특유의 가벼운 위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너무 가벼운 듯한 느낌은 작품에 쉽게 다가가게 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오히려 작품의 질을 얕잡아 보는 경향도 있다. 유머 본격 미스터리를 지향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처음부터 등장하는 시체, 그 시체를 유기하는 가오루와 데쓰오. 사라진 시체.

 

크레센트 장이라는 곳에서 사건이 벌어질 것 같다는 암시를 내보이며 탐정 우카이와 만남을 약속한 야마다 게이코는 아리사카 하루카의 방에 갑작스럽게 등장한다. 놀란 하루카는 얼떨결에 과도를 들고 그녀를 죽였다. 아니 죽였다고 생각한다. 이에 언니 가오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동생의 미래를 위해 시체를 유기하려는 가오리는 얼떨결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가해자 데쓰오와 거래를 한다. 그리고 심해 연못으로 알려진 초승달연못에 시체와 그녀의 자동차를 침수시킨다. 돌아갈 차편을 계산에 넣지 못한 실수로 우연히 들린 크레센트 장. 거기에서 약속시간에 안 나타난 야마다를 찾아 온 우카이 일행과 만나게 된다. 그런데 크레센트 장의 소유주인 유키지로가 새벽낚시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 소유주였던 유키지로의 형과 같은 사고사.

‘한 번은 사고일지언정 두 번은 사고가 아니다.’

여기에 초승달 연못이 소문과 달리 2미터 깊이의 맑은 연못이라는 사실에 놀란 가오리와 데쓰오. 다시 찾은 연못엔 이미 자동차도 시체도 없다. 게다가 시체에 꽂혀있던 칼이 동생의 과도가 아닌 다른 칼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고 사건은 계속 꼬여 가는데….

 

작가가 보여주는 유머 본격 미스터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독특하고 재밌는 캐릭터, 캐릭터들의 생뚱 맞거나 엉뚱한 행동들, 그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문장(특히 아케미가 우카이의 행동을 두고 하는 표현들)들이 작가 특유의 스타일을 말해준다.

가볍게 읽으며 추리라는 장르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일본식 코미디도 즐기며 추리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