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만나면서 빅뱅이론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의 도서 중에는 빅뱅, 우주에 대한 도서들이 심심찮게 있다. 그러나 나는 남편보다 더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우주론, 천문학에 관한 책은 거의 없다. 아니 한 권도 없다는 게 사실이다. 그런 내가 처음 선택한 책은 <우주 속으로 걷다>이다.

 

지극히 지구적인 생각만을 갖고 살았던 인류가 빅뱅의 기원과 우주학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일반 독자를 상대로 하는 책과 다큐멘터리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창조론과 진화론만 가지고도 학교 교육과 종교계가 맞서기도 하는데 이제는 우주의 창조, 빅뱅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갈수록 사회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국교가 없는 대한민국에서는 비교적 종교의 자유를 느끼지만 그로 인해 사이비 종교의 득세 또한 만만치 않다. 반면에 진화론 교육에 대한 종교계 반발은 없지만 이제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막 우주시대에 입성한 국가로서 첫 걸음마를 떼기에 바쁜 터라 일반 국민들의 정서를 다독일 시간은 더욱 없어 보인다. 수많은 은하계 중에서 생명을 간직하는 나선형 은하계 안에 수많은 별 중에 태양을 중심으로 단 하나의 행성, 지구에 태어난 인간. 수많은 우주의 중심 속에 수많은 나선 은하가 있고 초신성의 폭발로 인해 우주적 성분을 갖고 절묘한 찬스에 생명이 탄생하고 인류가 태어났다. 즉 인류의 탄생 목적을 작가는 우주론적 입장에서 접근했다.

 

오늘 날 생명의 에너지가 우주 대폭발로부터 왔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가 이전 세대의 별의 폭발에서 왔으며 생명의 패턴이 수십억 년 전 조상들로부터 왔음을 떠올린다면, 생명이 과거를 기억하고 그것을 새로운 형태로 끌어내는 정교한 방식에 감응할 수 있을 것이다.(본문 89쪽)

 

요즘엔 명품 다큐프로그램들이 많다. 언젠가부터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우주에 관한 다큐들을 보면 빅뱅이론이나 천문학적 지식,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우주론적 입장에서 인류 창조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은 입장에서 작가는 우주의 생성에서 은하, 초신성, 별, 행성, 지구로 점차 범위를 줄이며 모든 생명의 기원이 우주에 있음을 밝힌다. 아주 가볍게 읽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또한 적은 분량이기에 나와 같은 우주학에 대한 초보들이 접하기에 무리 없이 다가설 수 있는 책이다.

우주를 학문적으로 천문학적으로 어려운 단어를 남발해가며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하지 않으며 작가들의 지적 유희를 위해 독자들의 이마를 찌푸리게 하지도 않는다. 그런 장점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