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외수님의 작품을 제일 처음 접한 것은 <하악하악>이었다. 연륜과 해학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으로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흥분과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작가님이 추천해주시는 <벽오금학도>를 비롯해서 하나씩 소설도 접해가고 있었다. 소설 중심으로 작품을 읽다가 다시 만난 이외수의 감성산책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소설과 달리 짧은 호흡에 틈틈이 읽을 수 있는 장르이기에 다른 소설을 읽는 중간중간에 읽었다. 역시나 작가님의 통찰이 느껴지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이전의 작품 <하악하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외수 작가님과 더불어 다른 곳에서 접한 이야기나 설화, 신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빌려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질투의 내용을 담은 꽈리의 이야기는 중국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다.

이런 장르의 책으로 최근에 읽은 것이 있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도 있겠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지식도 있지만 적지 않은 내용이 인용된 것도 사실이니까.

코끼리에게 날개가 있어야 한다면 얼마나 큰 날개가 필요할까?

보통 새들의 날개는 몸통의 무게를 감당하며 하늘을 날아야하기에 작은 체구에 큰 날개가 기본을 이룬다. 물론 얼마만큼의 비행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봐도 코끼리에게 맞는 날개는 쉽게 상상이 가는 사이즈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코끼리는 우리들의 지식이고 날개는 우리들의 정신에 비유한다면 답은 쉽게 얻어지지 않을까싶다. 과거에 비해 다양한 분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는 우리들의 학창시절. 그럼으로써 다양한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식을 많이 담았다고 지혜로워지거나 정신적으로 성숙해지지도 않는다. 지식은 지식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 인류는 체격은 좋아졌지만 오히려 체력은 약해졌고, 지식은 많이 쌓았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아둔해지고 약해졌다. 쉼 없이 터져 나오는 자살 사건, 도덕적 해이, 폐륜 사건 등 때때로 등장하는 종말론으로 사이비종교가 득세를 반복하는 것은 바로 이런 사회적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작가 이 외수는 독자들에게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를 통해 생각의 전환, 지적 유희, 삶의 지혜 등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깨우치기를 바란다. 틈틈이 등장하는 작가님의 유쾌한 이야기와 시는 양념처럼 독자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