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읽었던 가시고기.

소설을 두 번 읽는다는 것은 내게는 특별한 일이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두 번 이상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에 다시 만난 <가시고기>는 기억 저 편에 남아 아픔과 감동, 그리고 눈물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함께 읽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다시 펼친 <가시고기>. 거기에서 나는 아픈 다움이와 다시 만나야 했고, 벼랑 끝으로 몰린 힘없는 아버지를 만나야 했다.

아픈 아이들은 빨리 철이 드는가보다.

아픈 다움이가 문득 건네는 질문에 폭풍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나요?”

때론 아이가, 때론 아빠가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고도 남는다. 이 책이 내 기억에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다시 읽은 것일까?

유교 사상을 바탕에 둔 대한민국의 아버지는 권위주의적이었다. 모든 경제권을 휘어잡은 시대에 아버지들의 권위는 식탁에서도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여성들의 권위가 올라가고, 저 출산으로 아이들이 귀해지면서 오히려 아버지의 권위는 자연스레 내려갔다. 권위의식만 가득한 아버지는 바쁜 경제활동으로 아이들이 정작 아버지가 필요할 때는 바빴고, 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싶을 때는 이미 아이들에겐 더 이상 아버지가 필요하지 않은 시기가 되었다. 그러니 많은 아버지들은 힘없는 아버지가 되었고 고개 숙인 남자가 되었고 가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아웃사이더가 되버렸다. 시대가 낳은 이런 아버지들은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기에 사랑 받는 것도 어색한 존재가 되었고 결국 버림받은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사회에 작은 물보라를 만들며 세상을 울린 것이 바로 소설 <가시고기>다. 아픈 아들을 위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장기를 팔아 수술비를 마련하려 했다. 그러나 사기만 당한 채 한 쪽 눈이 멀어버린 아버지. 그런 눈을 아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매몰차게 아이를 대한 아버지. 그러나 자신이 큰 병에 걸리자 결국 아이를 헤어진 아내에게 보내기 위해 자신의 사랑을 숨기야 했던 아버지.

 

쉬운 문장으로 중고등학생들의 입소문에 의해 서서히 팔리기 시작하다가 초대형 스테디셀러가 된 <가시고기>의 힘은 무엇일까? 바로 아버지의 사랑이다. 엄마의 사랑보다 대접받지 못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가시고기>.

두 번째 읽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내 눈을 팅팅 붓게 만드는 감동.

십 년 후에 또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