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라는 말도 모를 때 예쁜 이불을 하나 봤다.

‘이불을 보고 역사가 느껴진다고 하면 믿을 텐가?’

두툼한 문양이 가득한 조각이불이 알록달록 엮어진 것이 너무 예뻤다. 너무나 탐이 나서 사고 싶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팔 생각이 없냐고 물었더니 놀라운 답이 돌아왔다. 그 이불은 그 친구의 할머니가 만들고 거기에 어머니가 더 수정하고 보태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사이즈가 작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좀 커진 것이라고….

보석이나 가구를, 가방을 대대로 물려준다는 얘기는 들어봤다. 그런데 대대로 만들고 만들어서 내려온 이불이라니, 말만 들어도 멋지지 않은가!

너무 소중한 것이기에 사진만 찍고 돌아서야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것이 바로 퀼트 이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가 와카야마 마사코가 소개하는 <행복한 퀼트 소품 만들기>를 보고 잠시 잊었던 그 이불이 생각났다. 그 사람의 개성을 가득 담을 수 있고, 때로는 역사 자체를 포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퀼트다. 예전에 어렸을 때 입었던, 갖고 놀던 인형 옷 등의 조각을 퀼트 조각으로 만들고 다시 그것을 이어 이불을 만들어 결혼하는 자식에게 선물을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외국의 그런 문화가 얼마나 부럽던지….

마치 이 책의 작가는 그런 부러움을 대신 달래라는 듯이 외국의 퀼트 문화를 소개한다. 독일, 핀란드, 에스토니아, 포르투갈, 방콕, 프랑스, 미국, 스웨덴 등 다양한 나라에서 만난 문양, 레이스, 조각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것을 만드는 것을 자세히 소개한다.

퀼트는 개인의 역사이며 문화다.

작가는 이런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세계 각국을 돌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열아홉 가지의 문양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라별 퀼트를 소개하고 문화로서 역사로서의 퀼트 세계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아직은 한 번도 내 손으로 만들어보지 못한 채 마냥 부럽기만 했던 퀼트의 세계.

나중에 내 아이에게 그런 역사가 담긴 사랑이 담긴 퀼트 이불을 만들어주고 싶다.

이제 용기를 조금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