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 시인이 자신의 가슴 속에 피어난 사랑의 감정을 여지 없이 드러내고 보여주었다가 거두어 들이는 예기를 하는 자전적 에세이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생각난 것은 은교라는 영화였고, 두 번째 생각난 것은 아가페적인 사랑이었다.

 은교라는 영화에서는 늙은 소설가의 눈으로 젊은 여인의 순백의 미를 쫓아갔다면, 이 책의 주인공은 늙은 시인이며, 슬이라는 평범한 아가씨의 담백한 미를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너무나 에로스적이고 퇴폐적이거나 직설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많이 접하게 된다.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뮤직비디오 등에서 보여지는 사랑의 예기는 너무나 자극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 노 시인이 예쁘지도 않은 슬이라는 어린 아가씨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더 신선하지 않은가!

 시인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을 하기에는 나이의 문제나 세대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교감이 더욱더 중요한 것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삶의 어느 순간에 사랑이 찾아올 지 모르지만, 그 사랑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과연 생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가 정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하는 사랑은 그것이 첫사랑이든, 나이가 들어서 하는 사랑이든 언제나 두근거림과 더불어 서툴러서 아름다운 것인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 책의 아름다움은 중간 중간에 실린 짧은 시를 맛보는 것에도 있다. 시를 통해서 전달되는 노 시인의 슬이에 대한 애틋함을 느껴보는 것도 이 책의 저자가 우리들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