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장르 초보인 내가 가장 먼저 깊게 빠져든 작가는 제프리 디버가 아닐까 싶다. 반전의 반전을 더하고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흡입력이 굉장했다. 링컨 라임 시리즈 1권을 읽고 링컨 라임 시리즈를 전부 사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 책 또한 제프리 디버가 참여했다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첫 번째는 제프리 디버 였을 것이고 두 번째는 더 많은 제프리 디버 같은 작가를 만나보고 싶어서였다.

 

 12명의 유명한 작가들이 2명씩 짝을 지어 작가를 대표하는 주인공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여태 볼 수 없었던 조합을 이룬 단편집이다. 11개의 단편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건 제프리 디버와 존 샌드포드의 <라임과 프레이>였고,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팬이 가장 많다 생각되는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의 <야간 비행>이였다. 대표 주인공인 해리와 켄지의 만남. 개인적으로 추리나 스릴러 같은 장르물은 단편을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짧은 단편으로 만나는 주인공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야간 비행에 해리 보슈가 공항에서 이동 중 터널을 피해서 가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터널을 피하는 이유? 그전에 무슨 사건이 있어서 그런 걸까? 란 궁금증도 생기고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특징 같은 것을 알 수 없어서 남는 아쉬움이랄까.. 단편이 시작할 때마다 주인공과 두 명의 작가가 그 단편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나와있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자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고 읽으려고 애를 쓰며 읽었는데 차라리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읽는 게 주인공에 대해선 모르더라도 내용에 더 빠져들 수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빠져들어 읽어내려가다 보니 읽어보고 싶은 몇 작가들이 생긴다. 찾아보면 우리나라에 아직 출판되지 않은 작가도 있고, 출판된 작가도 있었는데 그중 가장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 레이몬드 코우리와 린우드 바클레이가 쓴 <정차>가 아닌가 싶다. 린우드 바클레이의 주인공인 글렌 가버에 대한 호기심보단 그 딸에 대해 궁금해졌다. 10살뿐이 안된 딸의 순발력, 위험에 빠져 있으면서도 순간 발휘하는 대응능력에 8살 때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때는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난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클렌 가버가 주인공인 책이 우리나라에 출간되어 있다.

 

 스릴러 장르의 초보이다 보니 가장 아쉬웠던 건 스릴러 작가로 유명한 12인 중 내가 아는 작가라곤 제프리 디버와 마이클 코넬리 뿐이였다. 마이클 코넬리도 이제 시작하려고 잘 보이는 곳으로 책을 이동한 것뿐. 아직 시작도 하지 못 했다. 12명의 작가들의 주인공들은 성격과 특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특징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싶다. 읽다 보면 주인공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 작가의 대표작을 한 권 정도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궁금했던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고 다시 이 책을 읽어본다면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유명한 12명의 작가들의 합작품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스타일로 장편이 한 권씩 나와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스릴러 장르 시장은 정말 작아서 좀 늦더라도 꾸준하게 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그만큼 판매가 저조하기에 출판사 입장에선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나 역시 일본 추리소설을 제외하면 미드나 액션 영화를 봤지 스릴러라는 장르의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얼마 지나지 않는다. 이런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런 책을 출간해주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책들로 인하여 장르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더 많이 생겨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단편집이라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이런 조합의 책은 자주 만나 볼 수 없는 작가들과의 조합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추천할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