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마와 아니무스란이 말이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된 개념이고 사실 이것은 가설에 가깝다. 아니마는 남성 속의 여성성을, 아니무스는 여성 속의 남성성을 지칭한다. 남자면 남자고, 여자면 여자이지 무슨 소리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남성이라고 해서 오로지 남성호르몬만을 갖는 것이 아니고 부분적으로는 여성호르몬도 가지고 있고 여성 또한 그렇다. 그처럼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오직 그 본성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성, 여성성의 조화 가운데 자신의 성을 대표할만한 존재, 즉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나 혹은 여성으로 우선 태어나게 된다. 또한 심리학적으로도 양성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어느 것이 더 두드러지냐에 따라 사회적으로 자신의 성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융은 프로이트 학파에서 발전시킨 이러한 학설로 융의 분석심리학을 발전시켰고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이를 이어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다소 학설중심적으로 재미보다는 전반적인 융의 분석심리학의 중 아니마, 아니무스라는 일부분에 대한 이해를 위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의 반은 남성이고 그 나머지 반이 여성이듯이 우리는 때론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남녀의 본성과 관계에 대해 이러한 책을 통해 지식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융의 분석심리학을 연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학자로서 한국민담과 한국(동양)정서에서 바라본 분석심리학의 관점을 기술한다. 또한 자신의 환자들에 대한 꿈의 분석을 통해 아주 일부분이나마 그들의 속에 감춰진 아니마, 아니무스를 설명해보인다. 꿈에 대한 분석은 개인차가 매우 크므로 조심스럽게 이러한 사례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할 수 없음을 밝혀 두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그것의 사실 여부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하나의 접근 방법으로 이해하고 재미와 흥미를 얻는다면 좋을 듯 하다.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첫눈에 반한 이상형이 자신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아니마, 아미무스 상과 일치할 경우 발생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만남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아니마상, 아니무스상에 어긋나는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하여 관계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당신에게는 첫눈에 반한 이성이 있는가? 가까워지고 싶은 조바심, 그리움과 안타까움...... 이때 두 남녀는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여성상 또는 남성상이 결국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임을 알았을 때 실망은 환멸로, 환멸은 공허감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하게 만드는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도대체 무엇일까? 심리학자 융은 남성의 마음속에 있는 여성, 여성의 마음속에 있는 남성을 각각  아니마와 아니무스라고 부른다. 이들은 진정한 ’자기’에 이르는 길목에서 우리가 만나는 무의식의 요소들이다. 인간은 누구나 무의식을 의식화함으로써 그의 전체에 도달하려는 내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페이지 :  책 중에서

꿈에 대한 분석이나 우리 나라 도교,유교, 무속신앙과 더불어 살펴본 아니마, 아니무스상도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다소 혼동되거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도 있었으나 책을 통해서 자신의 무의식 속의 원형상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이 좋을 듯 하다. 나 또한 여성으로서 내 안의 가진 나의 아니무스(남성성)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첫눈에 반한 남성이 있다면 나는 나의 아니무스 상을 그에게서 발견한 것일 수도 있다. 흥미로운 관점이다. 결국 피상적이긴 하나 이렇게 자신의 무의식 속의 반대 성에 대한 돌아봄은 결국 자기 성찰의 길임을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자신을 그만큼 객관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 모든 책들에서 던져주는 메세지는 곧 자아성찰로 귀결되는 듯 하다. 하지만 프로이트에서 융학파에까지 이어온 정신분석관점에서 제시한 무의식의 의식화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것들과의 대면은 불안, 회피, 고통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내적 잠재력의 힘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성찰이 일회성으로 끝나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인생에서 항상 굴곡을 가진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되고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책 내용을 다 이해하기 힘들었어도 자신 속에 존재하는 반대의 원형상에 대한 생각해보는 계기만으로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서 미혼자라면 자신의 이상형을 찾는데 조금 더 나은 혜안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고 부부라면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는 기회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09-09-26

인용구는 책에서 발췌하였으며 다른 상업적 용도가 없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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