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심하게 현실적이거나 심하게 비현실적인 경우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이 영화 '애자'는 살아가다보면 어디서나 볼 듯한 옆집이야기나 내 친구 이야기, 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얘기 쯤 되겠다. 그렇다면 꽤나 진부할 수도 있고 특별할 것이라고는 없는 영화인데 그래도 괜찮았다는 것은 37년만에 효도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감독의 연출력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인간이란 눈물을 싫어하는 듯 하고 우는 것을 챙피하게 생각하지만 때로 내맘데로 안되는 세상, 살아가다 때때로 우린 울어야만 한다. 계속 가슴에 쌓아놓을 경우 자신도 모르게 화병이나 신체적 증상으로 화, 울분, 슬픔이 폭팔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다. 난 어릴 적부터 울보란 소리를 듣고 자랐고 누가 머리만 톡! 쳐도 눈물을 흘렸다니 이런 화병같은 건 없는 것 같지만 우는 것도 잘~ 울어야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법, 나는 아직 그 경지엔 다다르지 못한 듯 하다.

 

어쨋든 이런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우는 일이란 감정해소엔 조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두루마리 휴지가 필요했던 내 친구만큼은 아니였지만 나도 닭기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카타르시스! 그까이꺼 좀 느껴준 것 같다. ㅎㅎㅎ

 

고등학교 때 껌 좀 씹었고 면도칼 좀 가지고 놀았을 것 같은 날나리 친구는 우리도 한 두명 쯤 알고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그런 친구를 보면 (건너 건너 친구일 경우는 엄청 무섭다.) 의외로 착하고 여리다는 소리를 하는데 주인공 애자 또한 그런 인물이 아닌가 싶다. 큰소리로 악에 바쳐 소리치고 그녀의 어머니 또한 내공이 장난아니게 받아치는걸 보고 있노라니 과연 그들 안에 애정이란 것이 1g이라도 존재할까 싶지만 결국 그들은 너무 애끼고 사랑하는 사이가 맞았다. 그렇게 험악한 말로 교감을 나누는 모녀가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이러한 모녀상이 한국엔 차고 넘치는 듯 하다.

 

1950년대 태어났을 애자어머니, 시대적 배경으로도 사는게 힘들었을텐데 남편 일찍 떠나보내고 두 아이를 키우는 배운 여자(직업이 수의사임)로서 또한 억세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부산 여자로서 외강내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러한 어머니 밑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적 과정으로 총천연 날나리가 되버린 애자는 바람피는 남친과 불투명한 미래상을 가진 작가 지망생이다.

그러나 그 두 사람사이는 피할 수 없는 이별을 사이에 두고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며 우리에게는 작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메세지를 전해준다.

 

그렇다. 꽤나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난 영화는 1g의 감동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박수를 쳐주는 편이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무색하지게 우리는 누구나 이런 가슴아픈 이별을 인생에서 겪을 공산이 크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같이 눈물을 흘린다. 마치 내 가슴도 미어질듯이 아픈 것처럼. 그래서 인간은 끼리끼리 모여사는가보다.

 

너무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면 오히려 아주 진부한 이런 영화를 봐라. 누구나 이렇게 살아간다는 삶의 보편성을 보면서 따스한 위로를 받을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보다 리뷰가 너무 거창한가. 쿄쿄쿄.

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