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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가 뭘까?

그럼 아마도 ’아내의 유혹’일지도 모른다. 어제 퇴근 길 버스에서 우연히도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내 옆의 앞의 사람이 모두 이 드라마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 인기를 실감한다. 정말이지 도를 지나쳐도 완전히 지나쳐 짜증이 나다가 되려 웃음이 나와버리는 이 드라마... . (그러나 더더욱 웃기게도 어쩌가 그 드라마를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전방 1미터에 침을 튀기며 흥분을 참지 못해 버러러럭한다.--;;욕은 욕대로 하면서 나름 몰입하는거지. 하하하하하.)

일상생활의 지겨운 반복때문인지 이런 총쳔연으로다가 자극적인 드라마가 인기인가보다. 잔잔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드라마라고 내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이 ’그들이 사는 세상’(시청률이고 뭐고 소리소문없이 끝났다.)과 ’사랑해, 울지마’였다. 매회 챙겨보지는 못하지만 ’사랑해, 울지마’의 훈훈한 이정진과 이사장 딸래미의 현실적인 사랑을 그래도 진실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쿨하지 못한 부잣집 딸래미는 집착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며 이정진을 괴롭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정진이 맡은 캐릭터 또한 참 나쁜 놈일세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생활하다가 생긴 뿅! 날아온 이정진의 아들래미까지는 이해하겠는데(물론, 대단한 실수다!) 다시 파혼한 결혼 상대자도 임신을 하다니! 이게 뭥미! 도대체 사귀는 여자마다 아이를 낳겠다는 심산인가? 기가막히다가 그래..아예 막나가는 자극적 드라마로 현재 사귀고 있는 이유리도 임신을 시켜 결혼을 하지 그래? 라는 어처구니없는 시나리오까지 생각이 났다.(급흥분상태.) 엄마가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안방극장에 선사하는 것도 꽤 자극적이겠다.

이건 단지 드라마일 뿐이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그래...이게 우리네 삶이지라며 위안도 받고 감동도 느낀다. 하지만 아무리 훈훈한 이정진이라도 이런 식의 행동은 아니질 않은가? 물론 아이를 갖게 된 것은 두 사람 모두의 부주의함이겠다. 그러나 엄마가 각기 다른 남겨진 아이들은 무엇인가? 두 사람의 사랑만으로만 그랬다고 하기엔 결과가 너무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인간의 상대성이란 놀랍게도 아주 상반된 현상을 초래한다. 어떤 사람은 실수로 아이를 가져 끔찍한 낙태를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아이가 생기질 않아 마취도 못한채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를 위한 끔찍한 시술을 받는다. 왜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이를 주지 않으시는걸까? 이럴 땐 갑자기 신에게 묻고 싶어진다. 어쨋든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때론 부모의 가장 큰 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아이를 버리는 부모 또한 얼마나 많은지... 이렇게 상반된 현실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달라지는 건 자명한 일이겠다.

난 아이만 낳으면 자동적으로 부모가 되는 현실이 맘에 들지 않는다. 운전면허도 국가자격증을 주면서 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인 부모가 되는 일에는 아무런 자격 조건이 없단 말인가? 분명 논란의 여지는 있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놓고 보자면 누구나 누릴 권리이므로 감히 누가 뭐라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학교에서 아님 동네 동사무소 빈 강의실에서라도 무료로 좋은 부모가 되는 법, 좋은 자녀가 되는 법도 가르치라. 연말되면 멀쩡한 보도블럭만 교체하지 말고 말이다. 한달에 한 시간도 좋고 6개월에 한번도 좋다. 이미 아이들끼리 다 떼어버린 쓸데없는 성교육말고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는, 자녀를 진실되게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해달라.

깔끔한 목소리로 여성진행자로서 성공한 허수경씨가 작년 쯤인가 인간극장에 나왔다. 두번의 이혼, 그리고 아빠없는 아이의 출산. 분명 큰 이슈다.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 받아 아이를 출산했다. 그녀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대충 그렇게 알고 있었다. 나는 아직 미혼이지만 만약 결혼제도에 내가 부적합한 인간이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면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하고 싶다고 예전부터 말해왔었다. 미국에서는 배우 조디 포스터가 그렇게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말처럼, 나가아 행동으로 실천해 아이를 출산했다고 끝나는 일인가. 그저 아이의 출산과 함께 어마어마한 시작인 것을... 하지만 어쨋든 그녀들은 용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두 부모 밑에서도 충분한 사랑과 교육을 받지 못하며 버려지는 아이들도 많은데 그녀들은 최소한 그녀 자신의 선택으로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아이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전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작가 공지영의 자전적 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서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야기부터 아빠없이 아이의 출산을 선택한 허수경의 이야기 ’빛나라, 세상이 어두울수록’에서 최소한 자신의 선택에 최선의 책임을 지는 아름다운 이 여성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들의 삶이 전부 옳거나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의 동물실험에 따르면 자기를 낳아준 어미가 아니더라도 포근한 어미의 느낌을 갖게 할 수만 있다면 교육적으로 아이들을 잘 이끌어 줄 수 있다면 아이들은 충분히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물론 실험에 불과하겠지만 이를 입증하듯이 미국의 경우 입양이 많이 이루어지지만 얼굴색이 다른 부모와 자녀가 충만한 사랑으로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고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허수경씨 에세이의 제목처럼 현실이, 세상이 어두울수록 아이는 더욱 빛나는 존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그녀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기도해본다. 최소한 사랑한다면서 울지마라고 말 안해도 되는 그런 사랑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