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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못 미쳤다.

추이칭 작가가 하고 싶은 것은, 샤오홍의 변론인가? "왜? 황금시대라는 거지?" 2006년 해냄 출판사에서 나온 『루 살로메』를 읽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부제는 <자유로운 여자 이야기> 인데, 당시 이 책을 읽고 내가 받은 느낌은 '능력 없는 작가가 그만큼의 인물을 만들었다.' 였다. 그런데 이 책도 그렇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사유의 부재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이란 무엇인가를 독자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다. 자유연애를 지향했으나 배려 책임감이 부족했던 인물을 단지 시대를 앞서간 인물로 묘사하고 애정결핍이 그녀의 연애관을 무너뜨렸다는 식의 주장은 다소 억지가 아닌가 싶다. 그녀의 유년시절이 작품에 미친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그것을 갈구하는 마음은 십분 헤아려지나 유약한 마음이 인생을 좀먹었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때문에 '뜨거운 사랑의 열정과 강인한 글쓰기의 의지'라는 말에는 수긍할 수 없다.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은 썼지만, 그것에 책임은 없었다. 31살에 요절한 천재작가의 삶은 '사랑 밖에 난 몰라!' 일까? 문학과 삶 그리고 사랑을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그녀의 잘못 된 행동 및 사유를 그럴 수 밖에 없는 편협한 이유를 들먹이며 독자를 우롱했다 여겨진다. 물론 행동하는 삶을 살기는 했다. 여자를 물건처럼 여기던 시대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가야 할 길을 포기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유한 환경 탓 때문인지 그녀의 경제관념은 그닥 좋지 않았고, 살아가기 위한 준비도 미숙 했다. 그런와중에 뜻을 같이 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따듯한 말을 하거나 자신을 도와주는 남자에게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편승했다. 좋은 말로 사랑이다. 두번의 임신과 버림, 홀대 속에서 자연히 따뜻한 할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돌아갈 곳이 되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같은 여자로써, 그녀의 처세가 못마땅 했을 뿐만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타인의 삶에 기생해 '사랑'을 강요했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기적이고 본인 위주의 사고가 타인에게 얼마만큼의 상처가 될지 무게를 가늠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했다는 점, 그것이 전란 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었다는 것에 당혹스러웠다. 이런 삶이, 이런 사고가 자유를 표방한다면 나는 그것을 거부한다. 탕웨이의 영화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글을 마음것 쓸 수 있는 시대가 황금시대라고. 이 책에서 그것이 있었나? 중국 현대문학의 보배라는 그녀(샤오홍)의 천부적인 재능은 그런 삶이 만들어 냈음에 이견이 없으나, 한 인간으로써 그것이 지닌 의미는 나르시스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