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먼트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겠습니까?

그 문구를 읽는 순간 왠지 모르게 조용히 두근거리던 심장이 쿵 - 하고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아직까지는 죽음에 대해서 딱히 - 깊숙하게는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뭐랄까, 무섭고 두렵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한 번 두 눈을 감고 난 후에는 다시는 두 눈을 뜨지 못하는… 그냥 마치 깊고 깊은 블랙홀처럼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바로 죽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죽음이 다가온 이후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존재하고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었고, 막연하게나마 죽음이라는 단어를 느끼고 있을 뿐이지,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는 바로 당장 내 코앞에 닥쳐올 일이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의 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미스터리한 아르바이트생.

죽기 직전 가슴 깊은 곳에 굳게 묻어두고 있었던… 사소하지만 간절한 소원을 조곤조곤 -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병원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의 이야기. 「모먼트」는 네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따뜻한 이야기였다.

 

인간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외면하던 단순한 사실이 이곳에서는 좋든 싫든 의식하게 된다.

어떤 완벽한 치료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연장에 불과하다.

스스로 병원을 퇴원한 환자일지라도 머지않아 병원에 다시 돌아와 언젠가는 자신의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는 몸이 되어 병원을 나가게 되리라.

 

문득 -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삶을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원치 않은 선택이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후회도 많고 이루고자 하는 것도 참 많은데, 죽음이 그림자처럼 따라와 내 뒤에서 나를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면, 이래저래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작지만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소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 말이다. 그것이 삶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이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결과로 남게 된 후회 때문에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없어서, 마지막으로 간절하게 염원하는 소원이 사람마다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나 또한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했었고.

 

사랑하는 사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 죽음, 선택, 후회, 슬픔…

일본전쟁 참전 당시 군도로 아군을 제 손으로 죽여야만 했었던 사람, 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 면회 오는 사람 하나 없는… 고독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 그리고 죽음의 선택. 여러 가지 이유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 읽는 내내 나는 과연 죽음을 앞두고 어떠한 소원을 빌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죽음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그저 내게는 아직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조금은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죽음은 여태껏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즐거운 기분으로 눈을 감는 것인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금 살면서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죽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 이야기였던 것 같고,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도 같다.